[톺아보기] 검은 백조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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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공학박사·메타넷티플랫폼 고문


과학적 접근 방법이란 데이터를 근간으로 객관적인 증명이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경험에서 나오는 만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1967년 이전 서구 과학자들의 경험적 데이터에서 백조는 흰색의 몸집이 큰 새였다. 사전이나 책자에도 백조는 의심의 여지 없이 흰색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1967년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한 순간, 그때까지의 지식은 깡그리 바뀌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검은 백조’라 불리는 이 신드롬은 절대 발생할 것 같지 않았던 사건이 언젠간 발생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레바논 태생의 사상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저서 ‘블랙 스완’(2008)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예견해 유명해졌다. 과거의 경험에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는 사례로 집에서 키우는 칠면조의 관점을 빌려보면, 칠면조에 있어 주인은 자신을 잘 보살펴주는 호의적인 인물이라는 데이터로 존재한다. 그렇게 친절했던 주인이 추수감사절에 자기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데이터는 칠면조의 경험에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의 9·11 사태, 대통령 탄핵,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생전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말들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종의 검은 백조 현상이다.


평균적인 사고에 익숙한 세상이다. 평균과 멀어진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보아도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지난 과거의 경험에 의거한 평균적인 생각은 코로나의 정점을 잘못 예측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의 신종 독감의 경우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도 생존에 성공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경험적 데이터다. 코로나가 흑사병 수준의 팬데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정부의 발표는 없었다. 모두의 예측을 한참 넘어서는 강력한 바이러스의 출현은 백 년 정도의 주기로 보면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손안의 데이터만 가지고 예측하다 보니 매번 빗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 나타난 검은 백조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바이러스는 팬데믹을 만들었지만,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만들어진 검은 백조 현상은 사람들에게 패닉을 가져왔다. 세상에 넘쳐나는 뉴스에는 코로나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그리고 관련 사망자에 대한 통계 수치로 가득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면에 기존의 질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일반적인 증상을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을 것이다. 통계가 뉴스거리로 돼버리는 순간 선량한 피해자가 늘어난다. 아픈 것도 뉴스에 중심에 있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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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데이터가 아닌 특정한 부분 만을 갖고 예측을 해서 생기는 경험적 오류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통계는 팬데믹을 패닉으로 만드는 동시에 무기력함과 포기 상태에 이르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면 매우 큰 혼란을 야기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수준은 그렇지 않다. 전쟁에서 병사의 10%가 사망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한다. 전 국민의 25%가 확진됐다면 나머지 75%의 국민들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사람이 만들어낸 검은 백조는 사람이 해결할 수 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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