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로화 받겠다"…가스공급 위기 겨우 넘긴 유럽(종합)
루블화 결제 요구안서 한발 물러서
긴장완화 및 美 LNG 비중 확대 경계
독일·오스트리아 가스공급 비상계획 발표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존 러시아와 가스 공급을 계약한 유럽국가들이 가스대금을 기존처럼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스공급 차단 우려가 제기되던 유럽국가들은 당장의 에너지 위기 상황은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기존 루블화 결제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는 유럽 내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경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추후 재발할 수 있는 러시아의 공급차단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푸틴 "가스프롬 은행으로 유로화 송금 받겠다"
30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라프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계속 지불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며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제재 영향을 받지 않는 가스프롬 은행으로 유럽 국가들이 유로화로 송금하면, 자체적으로 루블화로 환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통화에서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설명한 결제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자세한 결제 절차를 이해하기 쉽게 서면으로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독일 정부는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 이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도 전화통화를 갖고, 유로화 결제가 계속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G7(주요 7개국) 국가들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안을 정면 거부하면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차단 우려가 제기돼 가스가격이 급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주요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이날 전장대비 8.87%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118유로(약 16만원)를 기록했다.
유럽 내 미국 LNG 비중 확대에 긴장완화 조치 나선듯
지난 23일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공언했던 러시아가 한발 물러선 이유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급격히 올라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비중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산 LNG의 점유비중은 지난해 말 7%에서 지난달 32%까지 급증했다.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폴란드와 동유럽 국가들까지 미국산 LNG 수입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미국 뿐만 아니라 또다른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가인 카타르와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가 카타르와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역시 2026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능력을 40% 이상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유럽 천연가스 시장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오스트리아 비상계획 돌입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 문제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가스공급 차단 도발이 앞으로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비상계획에 돌입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독일 내 가스저장고는 약 25% 정도 채워져있다"며 "현재 공급부족은 없으나 러시아의 공급중단 가능성을 고려해 예방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카를 네함메르 오스트리아 총리도 이날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스트리아 가계와 기업의 가스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며 비상계획 1단계 실시 방침을 밝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양국이 발동한 가스공급 비상대응 1단계인 '조기경보단계' 조치는 가스공급 상태를 민관합동팀이 모니터링하며, 공급부족 심화시 산업부문 가스공급을 중단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독일은 전체 천연가스의 55%, 오스트리아는 8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어 향후 러시아가 가스공급 전면차단에 나설 경우 가스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해당 조치를 발령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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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일은 LNG 수입을 위한 터미널조차 없는 상태라 당장의 수입선 변경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지난 5일에야 에너지 기업 알베에그룹(RWE AG), 네덜란드 가스니(Gasunie)와 브룬스베텔 LNG 터미널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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