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남 개인전 '감각의 요새' 4월 16일까지 PKM갤러리
그래픽적 기호와 도상, 아날로그 방식으로 쌓아올려
평균 50~100회 페인팅과 샌딩 반복작업으로 추상 풍경 구현

The Fortress of Sense (J 322), 2017-2018. 사진제공 = PKM갤러리

The Fortress of Sense (J 322), 2017-2018. 사진제공 =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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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두려워해. 오로지 우리가 그것들을 모른다는 이유에서!”


12세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청자의 비밀을 파고들며 도공을 꿈꾸는 고아소년을 그린 ‘사금파리 한 조각’에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 린다 수 박은 도전을 꺾는 두려움의 원인을 무지라고 지목한다. 물레 작업을 배우는 길이 끊겨 도자기 만드는 길이 막막해지자 주인공 목이는 손으로 빚는 작업을 찾아내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화가 이상남(69)의 작품은 그래픽이 횡행하는 시대, 아날로그 작업으로 구현한 상징 기호 세계의 사금파리를 보는 듯하다. 4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개인전에서 그가 선보이는 거대한 캔버스를 가득 메운 기호와 도상은 영상 속 그래픽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 쌓아올린 레이어의 깊이감이 빚어낸 산물이다. 작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 그 풍경을 촘촘하고도 강렬한 필치로 대담하게 소개한다.


작품 앞에 선 이상남 작가. 사진제공 = PKM갤러리

작품 앞에 선 이상남 작가. 사진제공 =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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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은 인간 문명이 남긴 도상과 부호를 수집하는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모인 다양한 이미지들을 곱씹으며 만든 수많은 기하학적 조형 기호들을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하고 조합해 독특한 추상 풍경을 만들었다. 상감기법으로 도자를 빚는 도공의 작업이 그러하듯 이상남은 캔버스 위에 칠하고 갈아내는 작업을 50~100회 반복하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 속 우리의 삶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사각의 캔버스에 갇혀있지만 그가 표현한 추상풍경은 봉인된 물성을 벗어나 보다 풍부한 컬러와 입체적 공간감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의 풍경으로 관객의 상상 속에서 해방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견고하지만 매혹적인 ‘감각의 요새’라 지칭한다.


작가는 “‘감각의 요새’라는 주제는 도미노 게임처럼 의미없는 사고의 형태를 쌓아 제시한 것”이라며 “목표는 없다, 다만 의미는 보는 사람이 직접 그림을 보고 연결시키면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고 설명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훈육되고 익숙한 것에 대한 접근보다 낯섦을 던지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 스스로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구성해가는 것이 이번 작품들이 갖는 재미라고 덧붙였다.


Light + Right M 096, 2013. 사진제공 = PKM갤러리

Light + Right M 096, 2013. 사진제공 =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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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낯설고 신선하지 않으면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정의했다. 실험적 화법에 대해 질문하자 작가는 “제 작업이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그런 다양한 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려고 노력한다”며 “다양한 작품 속 요소를 통해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이미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관객이 또다른 스토리텔링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이 깃든 작품들은 모두 상상과 재미, 그리고 아름다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쌓아올린 작가의 지난한 여정의 기록으로, 관객들은 그 강렬한 미로에서 오는 에너지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로잡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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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남 작가의 '감각의 요새'는 4월 16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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