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수많은 사람에게 인생드라마로 손꼽히는 작품이 대본집으로 출간됐다. 종영 후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며 누군가의 인생에 크고 작은 의미들을 남긴 이 드라마는 영상뿐 아니라 대본 역시 견고히 세워진 건물처럼 내력의 단단함을 글로써 증명하고 있다. 이야기 속 공기마저 살아 있는 것처럼 세밀히 쓰인 지문과 대사는 이 대본이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깝고도 자연스러운 것들을 모아 얼마나 좋은 글을 쌓아 올렸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의 아저씨’는 어른을 위한 판타지다. 모두가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마음과 따뜻함이 담긴 판타지”라고 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나의 아저씨’는 인간의 심리를 완벽히 묘사한 작품”이라며 “엄청난 각본,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책 한 모금]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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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S#34

기훈 난 이상하게 옛날부터 작은형이 젤루 불쌍하더라. (…)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울어 사는 인간. 젤루 불쌍해.

3화 - S#78

동훈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이라서 여태 사고 안 친 거 같애? …유혹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모르는 거야.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인지 아닌지.


4화 - S#10

지안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 꾸역…. (밖을 둘러보며) 여기서 제일 지겹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 나만큼 인생 그지 같은 거 같애서….

4화 - S#41

동훈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 걔의 지난 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6화 - S#60

동훈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 척해. 니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인지 몰라도, 어른들 사이에선 안 그래. 모른 척해주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일도 아냐….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8화 - S#5

동훈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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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세트 |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808쪽 | 4만96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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