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우크라 사태와 경제안보, 정부 조직 개편에 반영해야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전쟁은 국가의 운명과 국제질서를 바꾸었다. 한국과 북한이 다른 길을 걷게 된 결정적 계기도 6·25전쟁이었다.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을 앞세워 침공했지만 실패하면서 가난한 외톨이 국가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이지만 침공 한 달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역전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독재국가로 도덕적 정당성이 없는 전쟁을 하다보니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의 선전은 연구 대상이다. 전쟁의 양상이 새로운 데다 동북아시아 질서 변화에 주는 시사점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독재 체제이다 보니 침공의 결정에 필요한 정보부터 부실하거나 왜곡돼 있었다. 게다가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군사력 배치와 이동마저 미국의 정보망에 걸려 우크라이나에 제공됐다. 정보 제공에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상업용 위성을 가진 테슬라 등 민간 기업과 인터넷 기술을 가진 시민단체도 나섰다. 반면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는 보급품 부족으로 전투에 나서기 어려울 만큼 저하됐다. 군사력 강화에 치중하고 민간 경제도 천연자원의 생산에 의존하다 보니 러시아는 보급품의 생산 능력마저 예상보다 훨씬 취약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전쟁 전 우크라이나 내에는 러시아에 순응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친러 세력의 발호 때문에 국방력과 경제력 강화를 위한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국민은 분열됐다. 하지만 국가와 민주주의의 존폐 위기에 처하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뭉쳤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처절하게 저항했다. 이러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러시아에 대한 반격도 성공하게 됐다. 무임승차로 평화를 즐겼던 독일도 재무장에 나서며 무기를 지원했고, 우크라이나와 사이가 좋지 않던 폴란드도 동병상련의 처지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앞장섰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국제질서는 경제안보의 강화의 미국 영향력 확대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안보는 경제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국민의 단합에 의해 좌우된다. 이미 유럽은 미국과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발빠르게 나섰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을 줄이고 도입선을 다변화하며 탈원전을 포기하고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러시아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과도한 공공부채에다 미국의 견제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질서 변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자초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대통령 후보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의미를 인식하는 듯하다. 훼손됐던 한미동맹을 회복하고 통상기능을 외교부에 넘기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안보를 정책 전반에 내재화하고 각 부처별로 경제안보 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산업과 국방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동안 훼손됐던 민주주의의 핵심 토대인 법치주의를 확립함으로써 사회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여야는 물론, 산학연과 노사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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