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포기는 없다…철강업계 "재협상 지속 요구해야"
EU·일본·영국 쿼터제 전환
韓 무관세 경쟁력 사라져
제3 판로 기회 엿봐야
재협상 지속 요구 목소리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우리와 재협상 계획이 없다는 미국 입장이 확고하더라도 미국 시장을 그냥 뺏길 수는 없습니다. 계속 문을 두드려야죠."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영국까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관세 합의를 이루면서 철강 대미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철강사들은 미국이 한국과 재협상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가망 없다’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인 중국의 철강 생산이 위축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철강 생산도 피해를 받으면서 새로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한 만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미국 철강제품 수출 규모는 올들어 2월 누적 기준 29만1319t으로, 전년 동기 31만7589t 대비 9.0% 줄어들었다. 원자재인 철광석이나 원료탄의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수출액 기준으로는 작년 2억9500만달러에 비해 4억5700만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업계에서는 수출량 감소가 이어질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이 167만t으로 쿼터제 도입 이후 가장 많았던 만큼 기저효과도 반영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미국 경제가 개선되는 분위기 속에 (대미 수출 감소에) 주요국과 철강 수입관세 합의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무관세를 적용받는 쿼터물량은 263만t 가량이다.
2016년 252만t에 달했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20년 127만t까지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경기 침체 등 다른 변수도 고려해도 감소세가 큰 수준이다. 우리와 달리 EU나 일본 등은 철강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받아들였다. 대미 수출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EU, 일본, 영국까지 관세 부과 대신 쿼터제로 전환하면서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그동안 무관세로 누려온 한국산 철강제품의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쿼터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협상을 미국측에 제안해왔지만 당분간 재협상 여지는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측 입장이 워낙에 확고한 까닭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은 쿼터 조정을 통해 직전 (미) 행정부와 일종의 합의를 타결했다"며 "이를 재협상하는 것은 현재 우리에게 높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철강업계는 "미국에서 만나질 않았다고 하니 당장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정부의 지속적인 협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또 중국의 철강 생산이 위축된 상황을 적극 활용해 제3의 판로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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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제품 가격이 좋아서 물량 확보의 의미가 분명하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중국이 본격적으로 물량을 내놓지는 않고 있는 만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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