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약점 '설계'…톱10 매출 50% 성장할동안 한국은 없었다
반도체 설계 중요도 커지는데…
한국은 설계가 '약점'으로 인식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기업 ‘톱10’의 매출이 50% 가까이 성장하는 동안 순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은 호황기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메모리 분야 생산에만 강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25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칩 설계 부문 글로벌 1~10위 기업의 매출 총액은 1274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2020년 보다 48%나 성장했다. 전방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속에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이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의 매출도 덩달아 뛴 것이다.
수혜는 반도체 설계에 강한 미국과 대만이 독식했다. 상위 5위 기업 중에 4곳이 미국 기업이다. 1위인 퀄컴은 지난해 칩 설계 매출이 293억33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매출이 51%나 뛰었다. 모바일폰 시스템온칩(SoC)와 사물인터넷(IoT) 칩 매출이 각각 51%, 63% 신장해 성장을 견인했다. 2위인 엔비디아도 248억8500만달러로 61% 증가했고 3위인 브로드컴(210억2600만달러, 18%)과 5위인 AMD(164억3400만달러, 68%) 역시 급성장했다.
대만 기업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4위인 미디어텍은 176억1900만달러를 벌어들여 성장률이 61%에 달했고 10위권 안에 든 노바텍(79%), 리얼텍(43%), 하이맥스(74%) 등도 기염을 토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에도 전 세계적으로 고성능 컴퓨팅, 초고속 전송, 서버, 자동차,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 높은 스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칩 설계 전문기업들의 수익증가와 비즈니스 기회 창출이 동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5G 기술 확대로 반도체 설계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팹리스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현재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설계 기업들은 주문대로 제품을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 분위기 속에 파운드리 기업들에 톱10 팹리스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규모가 작은 한국 팹리스 업체들은 갈수록 설 곳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통상 팹리스 전문업체가 반도체를 설계한뒤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기고 이후 IT·완성차 업체 등 고객에게 납품하는 구조인데 세계 각국이 ‘설계-소재-장비-생산’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생산에만 비중이 치중돼 있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불리해졌다.
대만 반도체업계가 설계에서부터 파운드리,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내부 연계를 강화하는 사이 미국도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들면서 반도체 설계에 강한 미국 업체들과의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세계 팹리스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고 인텔에 몰아주기를 할 경우 한국 파운드리 시장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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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산업이 ‘설계-소재-장비-생산’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후폭풍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메모리 기준 전세계 반도체 최강국이지만, 비메모리 부문은 상대적으로 대만, 미국 대비 크게 열위"라며 "비메모리는 설계 역량 확보가 필요한데, 인재들을 유인할 적극적인 인센티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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