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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인간 본성의 더 용감하고 나은 측면들이 집결됐을 때 돌파구는 열릴 수 있다. 파시즘은 우리에게 불가피한 것이 전혀 아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파시즘: 경고' 중 발췌)


체코 난민 출신으로 미국에서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자리까지 오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향년 8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파시즘에 대한 저항과 경고를 주문한 그의 목소리가 큰 울림을 준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 가족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우)의 방북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좌)과의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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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지지 받은 美 최초 女 국무장관= 1937년 체코에서 태어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39년과 1948년, 각각 나치와 공산정권을 피해 영국과 이민으로 떠났던 '이민자의 딸'이다. 외교관이었던 그의 부친이 미국에 정착한 뒤 덴버 대학교의 교수로 자리잡으며 안정적 교육을 받았고, 웰슬리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언론사 후계자인 조셉 메딜 페터슨 올브라이트와 결혼한 뒤 컬럼비아대학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밑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카터 행정부에 미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브레진스키와 함께 그는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1982년 이혼 후 정계에 본격 입문하며 여성 정치인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와 연을 맺는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 1기(1993~1997년) 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2기(1997년~2001년) 때 첫 여성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상원 인준안 투표 '99대0'의 초당적 지지를 얻은 인물로도 기록된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2000년 10월 미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해 김일성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그와 12시간의 회담을 진행했고,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를 이끌었다. 2001년 국무부를 떠나던 당시에 대해 그는 "그때 북한에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도, 핵무기도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나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두고 '악의축(Axis of Evil)'의 일부라 표현하면서, 북한은 국제 무기 사찰단을 내쫓고 2006년 첫 핵실험을 실시했다.


2000년 2월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 대행(우)와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000년 2월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 대행(우)와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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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도 나도, 냉전이 낳았다"= 국제정치학 박사이자 외교 전문가였던 그는 퇴임 이후에도 외교계 원로로서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개진해왔다. 2018년에는 그간의 연구·외교 경험을 반영해 저서 '파시즘: 경고'를 출간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특히 그는 "전직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인 푸틴의 세계관은 나와 마찬가지로 냉전에 의해 형성됐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세계관은 망원경 렌즈에 비치는 사물과 눈 사이의 실제 거리만큼 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에게도 '감춰진 약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저서를 통해 "너무나 활발했던 러시아 경제는 이탈리아나 캐나다보다도 작아졌고, 호전될 조짐 또한 보이지 않으며, 자유기업 체제는 시들고 있다"면서 "차르 시대로 되돌아간 듯 부의 분대는 어느 나라보다 불평등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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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인의 별세 소식에 각계는 애도를 표하고 있다. 그를 발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열정적인 힘이었다"면서 "가장 훌륭한 국무장관, 유엔대사 중 한 명이었고, 뛰어난 교수이자 비범한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는 ‘어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깨닫도록 도왔다"고 회고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고인을 ‘개척자이자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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