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죽음이나 질병, 노화, 망각, 사랑, 이별처럼 피할 수 없는 그 중력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심도 있게 고민한다. 그리고 운명에 무력해지기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노력하고, 분투하며 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최신 과학책 70여 권을 소개하고, 함께 읽는다. 1980년대에 출간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더 나아간, 매우 유의미한 국내외 최신 과학책 70여 권을 이 한 권으로 독파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엄청난 장점 중 하나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30여 가지 주제를 310여 쪽에 걸쳐 풀어낸다.

[책 한 모금] 죽음·질병·노화·망각·사랑·이별...‘내 생의 중력에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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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고, 몸속 미생물이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릅니다. 우주에 우리 자신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합니다. 과학자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는 여러 지표를 찾아냈어요. 우리의 행동과 성격은 유전자, 미생물총,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생긴 것입니다. 빌 설리번은 “우리 행동을 뒷받침하는 숨은 힘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우리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거의 모두 틀렸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고백해요. 이렇게 과학은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길은 쉽지 않아요. 과학책을 읽으며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힘이 들지요. 관성적인 생각을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이런 인간적 한계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인간 뇌는 ‘선입견이 가득 찬 편견 덩어리’라고 말이죠. 우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 출현한 생물종입니다. 우리 뇌는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진화하지 않았어요. 우리 뇌가 완벽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18~19쪽>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나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해요. 이러한 마음의 고통에 타이레놀 처방이 효과 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실험 결과에 의하면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신경회로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같았어요.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적 고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략) 가령 ‘막대기와 돌멩이는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험담은 결코 나를 해치지 못한다’라는 격언은 틀린 말이지요. 험담은 막대기와 돌멩이가 뼈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 반면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은 따뜻한 정도를 넘어섭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리는 힘을 주지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원기를 북돋게 합니다. 우리 뇌의 보상체계가 그렇게 활성화되니까요. 이별의 고통이 쓰라리듯이 공정한 대우는 초콜릿처럼 달콤하지요.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호의와 존중, 공정한 대우에 뇌는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37~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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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중력에 맞서 |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사 | 312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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