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압박 커지는 러 부호들…재산 미리 빼돌리기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을 계기로 단행된 서방 국가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부호 세력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 올리가르히의 부를 만들어준 철강 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재산을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몰래 재산을 빼돌린 경우도 많아 제재의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인 세베르스탈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융제재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1260만달러(약 152억7000만원)를 지난주 미국 시티그룹에 이체했지만 금융제재로 인해 채권 보유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세베르스탈은 이자 지급 만기일에서 5영업일이 지나는 23일 자로 법적인 부도 상태가 된다. 채무 변제는 제재 예외대상에 해당돼 막판에 이자 지급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세베르스탈은 광산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가 소유한 기업이다. 모르다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290억달러 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도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이탈리아 당국에 호화 요트와 주택이 압류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최대 주주인 철강업체 에브라즈도 부도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브라즈는 21일이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이지만 제재 때문에 거래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에 지급이 차단됐다. 아브라모비치도 영국과 EU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또 다른 올리가르히인 드미트리 품퍈스키는 이날 그의 소유인 호화요트 악시오마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압류됐다. 품퍈스키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에 납품하는 러시아 최대 강관 제조업체 OAO TMK의 회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사이프러스에 막대한 재산을 보관해왔으나 최근 러시아 대형 철강업체 MMK의 대주주인 빅토르 라시니코프, 광산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등이 수주 사이에 사이프러스에서 재산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해외에 재산을 숨겨왔던 억만장자들이 갑자기 선택지가 크게 줄었다"면서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자국으로 돈을 갖고 가 푸틴에게 빼앗기는 것도, 미국이나 영국, EU 관할권인 사이프러스나 캐리비언 등에 두는 것도 압류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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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올리가르히의 재산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본인이 아닌 가족 등으로 명의를 이미 돌려놓은 경우도 많아 실질적인 제재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방송은 이날 러시아의 철강왕으로 불리는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측이 부동산과 요트 등 영국 내 자산 대부분을 가족 신탁 명의로 옮겨놔서 우스마노프가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우스마노프는 철강·광산업과 통신업으로 부호가 된 러시아 대표 올리가르히로, 2018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 구단 지분 30% 이상을 가진 2대 주주였고 자신 소유 회사 USM을 통해서 에버튼 구단과도 상업적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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