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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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에너지 시장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를 우크라이나 공습을 단행하는 경제적 기반으로 삼았지만 이번 침공은 역설적으로 20년간 쌓아온 ‘에너지 초강대국’ 러시아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원유·천연가스의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러시아도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줄이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명성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스로 신뢰 무너뜨리는 러시아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카스피언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은 이날 러시아 서남단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 인근 해저터미널에 있는 원유하역시설(SPM)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CPC는 이 SPM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며 악천후가 예보돼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잇는 이번 파이프라인 손상으로 최대 하루에 100만배럴의 원유 전달이 두 달 가량 중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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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사용을 중단키로 한 이 파이프라인은 카자흐스탄 서부 텡기스 유전에서 러시아 흑해 연안인 노보로시스크 항구까지 1500㎞를 연결하는 것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이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원유 수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했지만 CPC의 파이프라인으로 생산되는 원유는 카자흐스탄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제재에서 제외했다. 주요 외신은 CPC의 이번 조치가 서방 국가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글로벌 원유 공급에 추가 위협을 가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에 가장 난감한 곳은 바로 유럽이다. 지난해 유럽은 가스 공급의 29%, 원유 공급의 35%를 러시아에서 받아왔다. 러시아의 에너지 파워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유럽은 뒤늦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 11일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천연가스는 물론 석탄, 석유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 공급원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 에너지 절약 조치 강화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장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끊어내는 것은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날도 EU 외무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카드를 검토했으나 독일, 네덜란드 등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세계 원유 거래업체인 비톨, 건보, 트라피구라 등도 러시아산 원유를 갑자기 끊을 경우 시스템상 부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원유 수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BP·셸 이어 토탈도 러와 거래중단
우크라 사태에 '에너지 슈퍼파워' 러시아 휘청…시장 판도 바뀐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럼에도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이미 휘청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주요 원유 업체들은 서방 국가의 제재를 의식해 러시아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영국 에너지회사 BP와 네덜란드 셸에 이어 프랑스 토탈에너지도 이날 연말에 종료되는 러시아와의 경유·원유 공급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는 EU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은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스는 공급할 예정이지만 경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는 폴란드에서 공급을 대체하겠다고 덧붙였다.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지만 미국은 금수조치를 내렸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와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일 카타르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초강대국이라는 러시아의 경제적 입지를 흔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러 경제 원천 훼손… 영구적 손실"
다니엘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

다니엘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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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유 전문가 다니엘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20년 이상 안정적인 공급업체로 쌓아왔던 명성을 불과 수주 만에 무너뜨렸다"면서 "유럽에서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원으로 간주돼 역할이 분명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으로 향하지 못한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로 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아시아 시장에서 유가를 낮춰 경쟁하는 등 원유 시장이 균형을 쉽게 잡지 못하고 충돌을 빚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일은 통합을 깨뜨리는 것과 함께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력의 원천을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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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존슨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이사는 "러시아 경제는 제재, 외국기업의 철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새로운 강조로 인해 영구적인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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