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집 사건’ 주거침입 판례 26년 만에 바뀌나
비판 기사 쓴 기자, 식당 유인 향응 제공 ‘녹음’… 1심 유죄→2심 무죄
1997년 대법원 판결 "영업주 의사 반한 도청… 주거침입죄 성립"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사실이 도청에 의해 드러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판례가 26년 만에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4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재판에서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음식점에 대화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러 들어간 행위가 주거침입죄를 구성하는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또한 초원복집 사건에서 밝힌 주거침입죄에 대한 1997년 대법원 판단이 바뀔지도 관심이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11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기관장 7명이 부산 남구 대연동 초원복국에 모여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을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의해 도청돼 언론에 폭로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므로 기관장들의 조찬모임에서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기 위한 도청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해 그 조찬모임 장소인 음식점에 들어간 경우에는 영업주가 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 그와 같은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가 비록 불법선거운동을 적발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주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초원복집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A씨 등은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게재한 기자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기자가 부적절한 요구 등을 하는 장면을 녹음ㆍ녹화하기 위해 식당 주인 몰래 녹음ㆍ녹화 장치를 음식점에 있는 방에 설치ㆍ제거하기 위해 음식점에 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회사에 대한 민원과 관련해 기자들이 찾아오자 먼저 식사를 하자고 유인해 미리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이를 촬영·녹음하고, 단기간에 반복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 등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 등이 식당 관리자의 승낙을 받고 음식점에 있는 방에 들어갔고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어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식당에 침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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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주거침입 사건을 이례적으로 대법관 전원이 심리·판단하는 전합에 회부한 만큼, 주거침입 판례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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