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재계 ‘맏형’ 타이틀 싸움 말고 힘 합치는 기회 되길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방해 요소가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조언해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시장·기업 친화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경제가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성장해야 하고, 정부가 방해요소 제거를 통해 이를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경제단체장들의 아낌없는 조언도 당부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추진했던 경제단체들은 재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윤 당선인의 태도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재계 총수들을 만나기 전 경제단체장들을 먼저 불러모아 역할을 부여하고 기업들이 애로사항으로 꼽았던 규제개혁을 경제분야 최우선 과제로 꺼낸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경제계 전체가 주목한 이 행사에 지난 5년 간 규모, 위상, 역할 모두 축소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참여하고 초기 모임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은 논란이 됐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해체 직전까지 갔던 전경련의 부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경제단체들 간 ‘맏형’ 타이틀을 갖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다.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경단련을 모델로 대기업을 모아 설립했다. 정관 제1조에는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의 설립 목적이 담겨 있다.


대기업을 대변했던 전경련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기업들의 자금 모금 창구, 정경유착의 고리로 드러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지난 5년 간 청와대 공식 행사에 한 번도 초청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외 순방은 물론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도 번번이 배제되며 ‘전경련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굵직한 회원사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면서 재계의 상징성을 잃음과 동시에 예산과 인력도 과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전경련이 여전히 새 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오랫동안 각국 경제계 및 정치권 등과 교류해오며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터라 국제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실제 전경련은 경제적 한미동맹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0년 제13차 한미재계회에서 회의 최초로 한미FTA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양국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 기업들과 함께 전방위로 뛰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을 때에도 전경련은 일본 재계와 교류를 유지하며 민간 중심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전경련의 그간 경험이 새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경제협력을 확대하거나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윤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를 강화함에 있어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AD

지난 5년 간 경제계를 대표해 역할을 했던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의 부활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확산과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로 새 정부와 기업 모두가 바짝 정신을 차려 협심해야만 헤쳐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단체에 우위의 순번을 매기는 것 보다 경제계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고 애로사항 극복을 위해 협심하는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각 경제단체가 가진 강점이 우리 경제 성장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