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와치] 즐겁게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헬시플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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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있었던 일화다. 트렌드를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수업시간을 채우는데, 때로 그 과정에서 학생들로부터 트렌드를 배우기도 한다. 어느 날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주제를 다루다가 요즘 학생들은 올리브영에서 단백질스낵을 많이 구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리브영이 국내 H&B스토어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단백질 스낵 맛집으로 통한다는 얘기는 생소했다. 내막은 이렇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단백질로 이루어진 과자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문제는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맛이 없어지는데, 올리브영에서 파는 단백질 스낵들은 대부분 맛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건강을 위해 단백질 스낵을 먹지만 맛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기 보다는 맛있고 즐겁고 편리한 방법을 추구하는 사람들, 바로 헬시플레저들이 등장하고 있다. ‘헬시플레저’는 건강(health)과 즐겁다(pleasure)를 합한 신조어로, 즐거움에서 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즐기는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기식 시장의 양적 확대도 주목할 만하지만 질적변화가 더 흥미롭다. 예를 들면 제형이 다양해진다. 알약으로 먹는 것에서 나아가 젤리, 가루, 차(tea)등 복용의 방법이 다양해진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일찍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 국내의 건기식 규모가 커지면서 수반된 질적 변화다. 맛도 좋아진다.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서 먹게 되는 건강기능식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이한 맛이나 예쁜 패키지로 차별화를 꾀한 중소기업 식품도 주목받는다. 일례로, 산양삼에 달콤한 꿀을 섞은 ‘산양삼 꿀단지’와 색다른 무화과 맛으로 차별화한 ‘무화과 콜라겐’은 맛을 강조하여 눈길을 끈다. 동글동글 사과맛 젤리를 귀여운 박스로 디자인하여 디자인어워드상과 브랜드상을 수상한 ‘니몸내몸 비타민젤리’도 화제다.


헬시플레저들은 다이어트도 즐기면서 한다. 어.다.행.다. ‘어짜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의 줄임말로 요즘 다이어터들이 지향하는 철학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작심삼일로 끝나기 쉬운 엄격한 식단보다는 건강과 맛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식단관리가 필수다. 밀가루를 대체한 두부면, 고기를 대신할 대체육, 우유 대신 오트밀 음료 등 다이어트 하면 떠오르는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들을 찾는다. 곤약 떡볶이나 닭가슴살 만두 등 분식에서부터 초코맛 프로틴 브라우니와 딸기맛 무설탕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까지. 속세의 맛을 잔뜩 입힌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들이 헬시플레저 추종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마음관리도 건강하면서 재밌어야 한다. 진지한 상담 보다는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재미로 보는 운세’를 선택한다. 오늘의 운세부터 연애운·재물운·취업운까지 SNS발 운세 콘텐츠가 인기다.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보다는 가볍게 조언과 위로를 얻는, 헬시플레저들만의 ‘힐링법’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건강시장의 주요 타겟은 ‘중장년층’으로 여겨졌다. 중장년층에게 건강은 ‘질병없음’과 동의어다. 하지만 MZ세대에게 건강이란 ‘현재의 내 몸과 마음상태에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가’ 즉 삶의 만족도를 의미한다. 조사 전문 기관 오픈서베이가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나에게 건강한 삶이란?’이라는 질문에 한 25세 여성은 “주 3회 운동하고, 적절한 음주도 하고, 친구들과 적당히 교류하며, 주말에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놀러갈 수 있는 삶”이라 답했다고 한다. 건강이 일상의 만족 혹은 행복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다.


MZ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임과 동시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능숙한 세대다. 저성장 시대에 그들은 주어진 환경 내에서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며 생존전략을 배웠고, 그 결과 건강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처럼 요즘 세대의 달라진 건강에 대한 인식이 헬시플레저 관련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2022년 건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건강관리도 즐겁게!를 외치는 이들의 가치가 2022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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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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