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덮친 원자재값 인상…90% 오르기도
천연가스,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커져
원가 상승 납품단가에 반영 못하는 곳 대부분

#. 건설 자재를 납품하는 A사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원자재 값 때문에 자칫 올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과 비교하면 이 회사에서 쓰는 원자재 값은 70% 올랐다. 일부 제품의 경우 90%나 가격이 상승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에선 인상 요인이 생기면 제때 반영해 꼬박꼬박 올리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유 가격 인상 등으로 가격이 더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비싼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대형 건설사에 납품할 때는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 찔끔 올리는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A사 관계자는 "회사를 돌려도 적자, 안 돌려도 적자"라고 토로했다.


#. 경남 창원에 위치한 전자부품·컴퓨터 케이블 제조 업체 B사도 최근 1년 동안 원자재 값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철판이나 케이블의 동 등 생산제품의 원자재를 수입해 쓰는데 가격이 작년 대비 많게는 50%까지 치솟은 것이다. 구매팀에서 계산을 해보니 공압 제품의 원자재는 49%, 케이블은 21%, 커넥터나 터미널류의 원자재는 20% 가격이 올랐다. 문제는 4~5월께 추가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최근 더욱 불안해진 국제 정세 탓이다. B사는 원자재 수입시 유통 단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원자재 값 인상에 대응하고 있지만 갈수록 자금 부담은 심해지고 있다.

원자재 값 인상으로 인한 경영난이 우리 중소기업을 덮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도 원자재 값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곳이 대분이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가중되는 자금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원유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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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원자재 값=8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7일 기준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15.02% 올랐다. 액화천연가스는 전월보다 27.35% 인상됐고 전력용 연료탄은 전주 대비 35.80% 가격이 치솟았다. 이 밖에도 니켈, 제철용 원료탄, 철광석, 전기동, 알루미늄 등이 각각 전일 대비 44.28%, 5.18%, 6.79%, 2.52%, 3.47%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경제 제재로 천연가스,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반도체 공정에서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높은 희귀품목인 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의 수급차질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값 인상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 1월 기업들의 경영애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원자재 가격상승’을 꼽은 곳이 43.5%에 달했을 정도다. 중기중앙회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 ‘원부자재 가격상승’ 때문에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중소기업은 53.4%로 전년의 29.2%보다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값 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납품단가는 못올려=문제는 연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원자재 가격은 요동치는 상황인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거래 단절 등을 우려해 이를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의 지난해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납품단가 반영에 대해 ‘전혀 못함’(43.0%), ‘일부만 반영’(43.2%)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6%가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상승한 기업군에 대해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 제도를 통한 납품단가 반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값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 사이에 끼인 채 자금난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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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 연동제 등 대책 마련해야"=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는 중소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상황은 더욱 극심한 지경에 빠졌다. 홍운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등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 석유가 사용되는 모든 중소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수출 중소기업엔 즉각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금융제재에 따라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환차손 우려까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부터 피해사항을 접수한 결과 7일까지 총 44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 중 대금 미회수에 관련된 피해가 전체의 70%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은행 제재,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루블화 절하 등으로 러시아 바이어가 대금결제 지연하거나 거절해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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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가 사례로 든 기계 분야 C사는 러시아 공장에 계약된 장비 출하를 진행하던 중에 러시아 국책은행과 자회사가 제재대상으로 지정돼 대금지급이 어렵다고 통보를 받았고, D사의 경우 러시아 바이어가 주문한 기계를 3월과 5월말에 각각 선적해야 하는데 대금결제 중단으로 자금경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대(對) 러시아 수출은 전체의 2.8%(10위)를 차지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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