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싱가포르의 풍골(Punggol) 뉴타운은 이른바 ‘베이비 타운’이라 불린다. 싱가포르 인구 중 4세 이하 영유아 비중은 3.3%이지만 풍골은 12%에 이른다. 60여개에 이르는 어린이집, 70개가 넘는 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도보 5분내 가족친화적 상가 조성으로 젊은 맞벌이 워킹맘과 키즈맘들이 몰려든 것이 그 배경이다.
싱가포르의 저출산 문제는 1980년대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베이비 보너스, 아동저축수당 등 출산장려책을 시행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자녀 양육을 위한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그 방향을 전환했다. 2010년 본격화된 ‘풍골21플러스’ 계획은 젊은 가구들의 취향과 주거비 부담을 고려한 이른바 청년주택특구와도 같다. 전체 주택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이다. 최소 5년 거주해야 하고 집을 팔 때는 주택청(HDB)에 팔아야 하며 시세 차익의 일부도 내야 하지만, 저렴한 분양가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주는 편익에 비할 바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신혼희망타운이란 모델을 도입했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와 자녀를 둔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어주는 게 목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주거대안이기도 하다. 풍골과 마찬가지로 신혼희망타운은 ‘아이 키우기 좋은 육아친화적’ 거주 환경을 지향한다. 가장 큰 장점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분양가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대출은 최장 30년간 고정금리(1.3%)로 제공된다. 정부 지원에 상응해 지켜야 할 의무도 있다. 5년간 실제 거주해야 하고 10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정부 대출지원을 받으면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의 절반에 대해 대출기간과 금액, 자녀수에 따라 10~50%를 정부에 내야 한다.
그러나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신혼부부에게 특화된 공공주택의 새로운 발견, 생애 첫 주택구입시기를 앞당기고 전용대출창구로 대출 문턱을 낮췄다는 건 긍정적 평가다. 반면 좁은 평형에 대한 불만과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거부감은 기대와 호감을 덮을 만큼 크게 부각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올해는 중형 평형대가 공급된다는 점 그리고 최근의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기조를 감안한다면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볼 여지도 없지는 않다. 시세차익의 일부를 반납한다 해도 대출 금리 혜택을 감안하면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오히려 장점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4세 이하 영유아 비중은 2010년 4.6%에서 2020년 3.4%로 줄었고 2030년에는 2.6%가 될 전망이다.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거리에서 유모차를 보는 일도 어려워졌다. 물론 신혼희망타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그래서 끊임없는 진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평형대는 수요자 요구에 호응해야 하고, 투자 규모도 늘려 대출 문턱과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 수익공유 구조도 자녀수보다는 거주기간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신혼희망타운에서 희망이 거듭 싹틀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가치있는 저출산 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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