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북한강변에 자리한 어느 카페. 통나무로 외벽을 장식한 카페 건물 안에서는 은은한 LP 음악이 흘러나온다. 북한강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창가 좌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일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갓 볶은 원두커피 향기에 젖어 여유로운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또 하루가 저문다.
경쟁에 찌든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나도 카페나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40~50대에게 ‘카페 병(炳)’은 감기처럼 찾아온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 명분과 이제 물욕(物慾)에서 초연해졌다는 자기 최면을 토대로 일을 저지르고 싶은 감정이 솟구친다. 자기 카페를 찾아오는 지인들과 젊음을 회상하며 시대를 공유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행복에 젖지 않겠는가.
이른바 카페 병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인기를 끌던 시기도 그때쯤이다. 2007년 7월 처음 방영된 커피프린스는 공유, 윤은혜, 이선균, 채정안 등이 열연을 펼친 드라마다.
커피집 경영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대기업 후계자 공유(최한결 역). 커피 향에 대한 ‘절대 후각’을 지닌 종업원 윤은혜(고은찬 역).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사랑이 스며드는 과정이었음을 깨닫는 두 사람의 스토리는 드라마 인기몰이의 원천이었다.
카페를 배경으로 한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상상이다. 카페 창업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순간 현실의 벽에 직면하게 된다. 커피프린스가 인기를 끌기 전인 2005년 3월 디자인하우스는 ‘우리 카페나 할까’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카페 창업의 꿈을 실현한 4명의 동업 사장들이 실전에서 37개월 터득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창업 가이드다. 카페 창업 준비와 입지 선정, 운영 노하우, 음악 선곡 요령, 상권조사와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고민을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페 운영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누군가 카페 창업을 꿈꾼다면 주변에서는 "망하기 딱 좋은 상상"이라고 만류하기 바쁘다. 카페 임차료와 대출비 부담, 인건비, 재료비 등을 고려한다면 사업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흥미로운 점은 커피프린스가 인기를 끌던 15년 전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카페 운영의 부담이 훨씬 커진 지금도 카페 병을 앓는 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40~50대의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외로움은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반영하는 모습일까.
정치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최고의 선거 슬로건으로 손꼽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당신도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상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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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카페나 해볼까라는 상상도 마찬가지다.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각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청량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엔도르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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