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김무열·이성민·이정은 출연
소년범 향한 분명한 메시지
"법정이 죄의 대가 분명히 가르쳐야"
범죄 묘사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곳 비춰

[슬씨네] '소년심판' 소년보다 범죄에,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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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한 소년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다. 소년은 자신의 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듯 킥킥 웃는다. 만 14세 이하에 해당하는 소년은 감옥에 가지 않는 소년법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뉘우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소년범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며 심은석(김혜수 분) 판사가 말한다. "이래서 내가 너희들을 혐오하는 거야. 갱생이 안 돼서."


혹자는 감싼다. 가혹한 죗값을 치르기엔 어린 나이가 아니냐면서. 그들을 향해 '소년심판'은 말한다.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그래서 죄의 무게를 알게 해야 한다고. 그래야 다시 법정에 서는 일이 없다고.

주인공의 외침은 곧 현실이 된다. 법정이 봐주면 소년범은 다시 법정으로 돌아온다. 범죄는 더 지능적이면서 교활해진다. 안타깝게도 소년범들은 이전의 판결을 '학습'한다. 심 판사는 예상했다는 듯 소년범을 응시하며 담담히 말한다. "일단 말해봐 어디" 법봉을 드는 이들에게 외친다.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감독 홍종찬)은 최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소년범, 촉법소년을 소재로 다룬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형벌 아닌 보호처분을 내린다. 이를 악용한 청소년 강력범죄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년심판'은 시의성 있는 기획이다. 동시에 우려도 나왔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질 수 있기에 걱정 반, 기대 반 작품을 기다려온 것도 사실이다.


그간 촉법소년 문제를 짧은 에피소드로 다룬 작품이 있었지만, 주로 '미안해. 착한 아이들을 못 지킨 어른들이 다 잘못했어'라는 식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메시지로 귀결되곤 해 아쉬움을 남겼다.


'소년심판'은 다르다. 모든 원인을 어른들의 노력 부족이나 역할 부재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소년범의 민낯을 그대로 바라보며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년범의 이면과 소년법정의 현실을 담담히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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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신념을 지닌 심은석(김혜수)·차태주(김무열)·강원중(이성민)·나근희(이정은) 네 명의 판사를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극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세운다. 빌런은 없다. 시청자는 그저 다양한 관점에서 범행과 범인을 바라보고,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사회의 민낯을 들추는 연출 방식은 여러갈래로 나뉜다. '소년심판'은 감독의 숱한 고민과 노력이 백과사전처럼 눅진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미성년 범죄를 다루는 사려 깊은 연출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신념을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배우 김혜수이기에, 김혜수 만이 가능한 심은석 판사는 긴 여운을 안긴다. 그가 아니었다면 주인공이 극에서 전달했어야 할, 담당해야 할 몫을 다 해낼 수 있었을까. 일관성 있고 세상의 편견과 폭력에 옳은 방식으로 맞서는 은석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면서 코르셋에 얽매이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범죄를 들여다보는 연출도 탁월하다.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소년범들의 잔혹한 범죄를 비추면서 자극적 방식으로 소비 가능한 요소는 지양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부각한다. 아울러 소년범의 범죄를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그림자를 비추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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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그간 넷플릭스는 범죄를 다루는 방식이 다소 자극적이고 소비 방식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특성상, 시청자가 다음 회차를 연이어 시청하도록 고려해 연출된 것이었다.


'소년심판'은 다르다. 자극적 연출 없이 극이 품은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시청 시간이 길어지면서 밀려오는 각성과 고민에 머리가 다소 무거워지지만, 말초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비해 훨씬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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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담아 시즌2를 기다리는 '소년심판'이다. 심은석 판사의 외침을 또 다시 듣고 싶다. 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세상에 울리길 바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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