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판매 제재로
단기적으로 상반기 상승
3분기 OPEC+감산 종료
이란 핵협상에 하반기엔 안정
수요·공급 구조적 변화 필요

[이종우의 경제읽기] 전쟁공포에 치솟은 국제유가…하반기 80달러대서 균형 찾을 것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10년만에 처음이다. 작년 초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정도였으니까 1년 사이에 70% 가까이 상승한 셈이 된다. 곧바로 90달러대로 다시 떨어졌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건 근본적으로 석유 수요와 공급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작년 세계 경제 성장률 평균이 6%대였고,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도 4%를 넘었다. 실물경제가 좋아진 덕분에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반면 공급 증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이나 2018년 같이 증산을 단행한 후 가격이 크게 떨어져 석유시장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

미국의 셰일 오일도 유가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내에 시추 후 미완결유정(DUC)수가 4,800여개 정도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생산성이 낮은 곳을 제외한 실제 가용 미완결유정은 2,800~3,500여개 정도일 걸로 추정된다. 셰일 오일은 중동 지역에 있는 유전과 달리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미완결유정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채굴량이 달라진다. 미완결유정이 없으면 석유를 채굴하고 싶어도 채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탐사부터 시추, 생산까지 5년 이상 걸리므로 현재 생산시설은 5년전 유가 수준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5년전인 2017년에 유가는 배럴당 45달러 정도였다. 적극적으로 석유를 개발할 동기를 제공하기 힘든 가격대로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전쟁공포에 치솟은 국제유가…하반기 80달러대서 균형 찾을 것 원본보기 아이콘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지정학적 위험이 더해졌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이런 지위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제 유가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았던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문제가 없을 거라 얘기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비OPEC국가들의 석유 생산 증가로 공급이 초과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수요가 더 많아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서방국가들은 여러 차례 제제조치를 취했다. 3월 침공과 동시에 러시아의 자금 조달 통로를 차단하는 등 금융, 방위, 에너지 부문의 제재를 시행했고, 7월에는 개인ㆍ기업의 자산 동결에서 채권발행 및 일부 품목 수출입 금지 등 실물경제 영역까지 제재를 확대했다. 해당 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양쪽의 갈등이 높아졌다. 이번에도 에너지로부터 제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제재 강도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우려가 현재 유가에 반영돼 있다.

앞으로 유가는 어떻게 될까?

장단기로 나눠볼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상반기에 가격이 올랐다 하반기에 안정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현재 유가는 하루 400만배럴 정도의 초과 수요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형성된 가격이다. 러시아가 하루 1,100만배럴 정도 생산하니까 분쟁과 제재로 40% 정도의 생산이 줄어든다고 가정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이 모두가 막혀 천연가스 전체를 원유로 대체해야 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할 경우, 유럽 전체적으로 하루 300만배럴의 석유가 더 필요할 걸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400만배럴 정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걸로 보고 있는 시장 예측치 보다 조금 작은 수치다. 수요 초과가 가격에 과다하게 반영돼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국면이 지나면 하반기에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3분기에 OPEC+의 감산이 종료되고 미국 산유량이 회복되면 유가가 하방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이벤트이긴 하지만 이란의 핵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앞으로 유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장기 전망이다. 국제 석유시장이 구조적인 불안 요인을 가지고 있어 언제든지 가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아직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2011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원유시장이 안정된 건 셰일 오일 덕분이다. 셰일 오일이 기존 원유의 일정 부분을 대체해 원유 시장에 공급 초과를 유발했다. 2011년과 2012년에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이 55%, 66% 늘어 2012년에는 2010년에 비해 셰일 오일 생산량이 2.6배가 될 정도였다. 셰일 오일이란 대체제가 등장해 OPEC+의 자원 카르텔을 깰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고, 그 힘이 유가를 밀어 내렸다.


수요 쪽에서는 2000년대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이끌었던 신흥국의 수요 둔화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1995년에 중국이 두 자리 수 성장에 들어간 이후 2011년까지 15년 이상 추세가 이어졌고, 그 기간에 원자재 수요가 폭증했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많은 신흥국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런 원자재 수요 급증은 201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1~2011년까지 연평균 13.1%씩 늘어나던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2012~19년에 9.1%로 낮아질 정도였다. 높은 성장이 끝나고 중간단계 성장으로 넘어오면서 원자재 수요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AD

지금은 석유 시장의 구조를 바꿀 요인이 없다. 공급을 늘릴 수단이 없고, 극적인 수요 감소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는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가 원하지 않는 가격이어서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균형 유가가 형성될 가능성은 있다. 원자재는 실물에 사용되는 재화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 한번 균형이 맞으면 그 가격이 오래 이어지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많은 전문기관들이 80달러대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