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로 도전하는 해금산조 재해석
비올리스트 김남중 독주회 Blooming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애절하면서도 힘 있는 해금 음색과 굵고 웅숭깊은 비올라 선율은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비슷한 정서가 있어요”
비올리스트 김남중이 오는 5일 독주회에서 해금산조 재해석에 세계 최초로 도전한다. 그동안 가야금이나 거문고, 대금산조를 서양악기로 다양하게 해석한 공연은 많았다. 하지만 해금산조(지영희류)를 현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첫 공연이다.
‘허튼가락’이라고도 불린 산조는 국악에서 기악 독주곡을 지칭하는데 가락이 고정되지 않아 연주자의 즉흥성과 창작성이 요구된다. 김남중은 “국악 연주자 사이에서도 산조는 평생을 바쳐 고민하고 연마해서 선보이는 무대”라며 “정통 기법 측면에서는 비올라로 연주하는 산조가 이질감이 들 순 있지만 악기의 한계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아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금산조는 현재 한범수류와 지영희류가 대표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호남시나위 가락을 토대로 경기시나위 가락을 얹혀 슬픔이 짙은 남도 계면조와 경기 가락의 화사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어우러진 진행이 특징이다.
비올라는 중음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소리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김남중은 "깨끗하고 영롱한 소리의 바이올린과 대비되는 비올라는 무게감 있게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며 "심금을 울리는 비올라 선율을 지영희류 해금산조에 맞춰 8분 길이로 편곡해 세계 최초로 연주하는 점에서 기대와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10세 때 비올라를 시작해 30년 넘게 연주해온 전문가지만 이번 공연을 앞두고는 새벽 연습이 일상이 됐다. 그의 연습실 한 켠의 해금과 악보, 산조 이론서가 눈에 들어온다.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줄의 현을 쥐락펴락 죄고 놓는 농현(弄絃)을 통해 표현하는 해금의 주법을 비올라를 통해 구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곡의 재해석만큼이나 이번 편곡 악보를 각별히 신경써서 준비하고 있다”며 “외국인을 비롯한 누구든 악보만 보고서도 외국 악기로도 산조를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번 작업에는 저명한 타악 연주자인 국립국악원의 서수복과 서울대 국악과에서 해금을 가르치는 노은아 교수가 함께해 정통성과 깊이를 더했다.
이번 독주회에서 김남중은 해금산조 외에도 슈만, 멘델스존, 브루흐, 보웬의 곡들을 비올라 솔로 및 피아노, 클라리넷과의 협연 구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남중은 세계 정상급 비올리스트로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전문 연주자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9년간 활약한 뒤 2013년 솔리스트로 전향했다.
솔리스트로 2014년 뉴욕 카네기홀, 2015년 베를린 필하모닉홀, 2018년 러시아 글린카콘서트홀, 2019년 미국 템플대학 등 전 세계에서 연주 활동을 펼쳤다. 비올리스트로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의장에서 독주 연주를 갖기도 했다. UN 국제평화기여 예술가상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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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스트로 많은 해외공연을 가졌던 그는 늘 우리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연주를 마치면 앵콜곡으로 한국 음악을 들려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는데,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리랑뿐이라는 점이 아쉽고 또 부끄러웠다”며 “이번 도전은 국악의 12율명 중 남려와 중려가 내 이름 남, 중에 들어왔음을 자각했던 고교시절부터 계획한 꿈이고 목표였던 만큼 관객에게 보다 친숙한 서양악기의 소리로 내가 느낀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남중 독주회 ‘blooming‘은 3월 5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3월 10일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두 차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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