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중기벤처부장

[데스크칼럼]병사월급 200만원 시대와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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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들은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공약했다. 한 후보는 임기 내에, 또 다른 후보는 당선 즉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데 나라 재정을 염려하는 사람들 외에 이 공약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이들이 또 있다. 다름 아닌 중소기업 사장님들이다. 이들의 얘기는 이렇다.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월급밖에 못 주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 그런데 병사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까지 급격하게 튀어오르면 중소기업은 인력시장뿐 아니라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거다.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일하러 오겠냐."

월급을 많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자리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통계를 봐도 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대기업을 포함한 직장인 평균 월급이 320만원이다. 중소기업 평균은 259만원이다. 병사 월급이 200만원이 된다면, 중소기업 월급에서 세금,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이것저것 제했을 때 의무 복무하는 병사 월급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병사 월급 인상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었다. 군인이나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 숫자가 수십만명이고, 그들의 부모까지 생각하면 알짜 표밭이니 정치인들이 그걸 놓칠 리 없다.

그동안 병사 월급 인상과 관련한 대선주자들의 약속은 꽤 잘 지켜졌다. 그 결과 2012년 10만8000원이던 병장 월급은 2017년 21만6000원이 됐고, 올해는 67만6000원이다. 10년 만에 6.26배 상승했다.

2012년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은 당시 최저임금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동안 가파른 인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과거 청년들은 애국페이(애국심을 빌미로 한 낮은 병사 월급)를 받고 복무했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은 부모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부족한 월급을 채워 군대 내에서 쓰는 생활필수품을 샀다.


국방부는 2020년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병장 월급을 2025년까지 96만2900원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2020년(54만900원) 대비 5년간 78% 인상하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하면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은 올해는 최저임금의 35%, (평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가정했을 때) 2025년이면 45% 안팎까지 높아진다. 병사 월급은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2027년까지 월급 200만원을, 윤석열 후보는 당선 즉시 추진하겠다는 한 줄짜리 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려 200만원을 약속했다. 한 사람은 5년 내 3배 인상을, 다른 한 사람은 즉시 3배 인상을 약속한 것이다.

두 후보의 공약을 도긴개긴 포퓰리즘이라고만 매도할 일은 아니다. 재원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말로 장병들에게 애국페이를 강요할 생각도 없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도 국가 차원의 보상과 걸맞은 대우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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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의 가치관도 달라졌다. ‘공정’은 지금의 20대, Z세대에겐 더욱 민감한 주제다.

그렇지만 두 후보가 얼마나 책임 있는 자세로 입체적인 고민을 했는지는 물어야겠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가져왔는지 확인했다. 세상에는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더 많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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