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제대로 안 해", "왜 어른 탓 해"…집단폭행 피해 여중생이 들은 말
피해자 변호사 "학폭위, 조사과정서 피해자에 2차가해"
"경찰 중 한 명은 '왜 어른 탓을 하냐' 말해"
"피해 학생은 억울해서 눈물 뿐…정신 피해 호소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해 경남 양산에서 몽골 출신 여중생 A양이 또래 4명으로부터 잔혹한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권성룡 변호사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동네변호사 룡변'에 올린 영상에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청, 경찰의 형식적인 조사 등으로 인해 피해 학생이 수개월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A양을 집단 폭행한 가해학생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제4호 사회봉사 8시간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4호 조치만 받은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A양은 학폭위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고, 가해자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도 몰랐다"라고 지적했다.
A양은 사건이 벌어진 뒤 약 6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 1월에야 학폭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학폭위는 가해 학생들의 진술로 사건 발생 경위를 판단해 왔다는 게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 A양이 학폭위에 참석한 뒤로도 일부 학폭위원이 '2차 가해'를 하는 등 논란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 변호사는 "이렇게 사건이 늦게 해결되는 건 그동안 A양이 진술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며 A양을 탓하는 질문도 나왔다"라며 "모든 학폭위가 이렇지는 않지만, 어떤 학폭위에서는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를 일으키기도 한다"라고 질타했다.
또 "수사기관에서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A양에게 찾아와 '인생 선배로서 얘기하는 건데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가서 맞은 것도 아니고, 같이 술 마시다가 맞은 건데 왜 어른 탓을 하니'라고 말했다더라"라며 "A양은 억울해서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양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삶의 용기를 잃을 정도로 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라며 "가해 학생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강력 처벌을 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0만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경남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가해 학생 4명은 지난해 7월 A양의 몸을 묶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양은 가정불화 문제로 가출했는데, 이 사실을 안 가해 학생 중 1명인 B양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그러나 가출 이후 A양을 찾던 친척이 B양을 때렸고, B양 등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A양을 폭행한 것이다.
이들 4명은 A양의 국적을 조롱하는 등 모욕을 하는가 하면,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거나, 몸을 묶은 뒤 여러 차례 뺨을 때리기도 했다. 폭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잔혹한 폭행에도, 경찰은 가해 학생들에 대해 공동폭행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법원은 이들 4명에 대해 "형사 미성년자를 갓 벗어난 만 14세에 불과하고, 사회분별력이 미숙한 상태에서 사건을 저질렀다"라며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는 선고를 내렸다.
지난 1월 이들의 재판을 맡은 울산가정법원 소년재판부(이현정 판사)는 법정에 출석한 가해 학생 4명을 향해 큰소리로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아무 생각 없이 때린 게 맞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그렇다"고 시인했고, 재판부는 "짐승이나 하는 짓",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큰 물의를 일으켰다"라고 야단쳤다. 학생들은 재판부의 호통을 들으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당시 가해 학생 4명에게 모두 최대 6개월의 소년원 단기 송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양 측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12월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강력 처벌 및 실명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2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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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진 가운데, 경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벌여 6개 혐의를 추가했다. 추가된 혐의는 강제추행, 성 착취물(영상) 제작·배포, 모욕, 보복협박, 공동강요, 중감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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