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소년심판' 아이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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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위탁 보호 중인 아이들이 집단 가출하는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 주민들이 많지 않은 지방인 터라 목격자도 없다. 관리자들이 신속히 감독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돌아온 것은 ‘긴급하게 투입할만한 인원이 없다’는 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소년들만 100명이 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서울로 도망친 아이들은 또 다른 범죄의 유혹에 걸려든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와 소년부 법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제 법정 사건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10부작 드라마는 살인, 집단 성범죄, 입시비리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년범죄의 현주소와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작품의 이 같은 다층적 시선과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낸 에피소드는 4회, 5회에 등장한 청소년 회복센터 보호 소년 집단가출 사건이다.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판사 심은석(김혜수)은 청소년 회복센터 ‘푸름’의 정기 조사를 진행하던 중 수상한 제보를 접한다. 센터에서 아동학대를 은폐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스타 상담 강사 오선자(염혜란)가 센터장으로 있는 ‘푸름’은 사회적 신뢰를 받는 명망 높은 곳으로, 제보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 터였다. 아이들은 학대가 사실이라 주장하고, 오선자는 센터 규칙 완화를 요구하는 아이들의 반항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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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진실 게임 앞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은 뒤, ‘소년심판’은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센터와 아이들의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답은 센터를 둘러싼 열악한 사회적 조건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국가격리시설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인 청소년 회복센터는 국가 예산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주거비가 저렴한 지방에 위치한다.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치안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주민들은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들을 더 편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쉽다. 오선자는 아이들과 함께 적극적인 봉사 활동으로 주민들에 다가가려 하지만, 아직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갈등의 정점에서 센터를 벗어난 아이들은 다시 범죄에 노출된다.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라 물드는 것"이라는 극 중 표현대로, 돈도 갈 곳도 없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성매매 문화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보호관찰 인력의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인원도 시설도 선진국 중 역대 최저, 최악"인 현실. 이처럼 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년심판’은 가정환경에서부터 국가 시스템까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가정과 환경이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나 다양한 선택지 중 범죄를 택한 건 결국 소년"이라는 은석의 판결문은 소년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는 더 힘주어 덧붙인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는다"고. 처분의 무게를 어른들이 함께 느끼고 개선하지 않는 한, 소년범죄의 해결은 어렵다. 작품은 결국 ‘소년심판’을 넘어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한 심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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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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