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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주체와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확대하려는 지침 개정이 결국 보류됐다. 경제계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날 오후 늦게까지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의결을 재차 미루기로 했다. ▶본지 2월9일자 1면 참조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권한의 수책위 일임은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는 물 건너갔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기금운용위 산하에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안건을 놓고 비공개 토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나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끝나고 누가 당선되든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날 회의에는 정부 측 기금운용위 당연직 위원 중 일부 부처 차관들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반대 의견을 내려고 했으나 사전 의견 조율이 끝난 데다 해외 출장까지 겹쳐 1급 실장을 대참시켰다. 통상 기금운용위에는 특별한 현안이 없으면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관계 부처 차관은 참석을 최소화하는 게 관례다. 지난해 총 10차례 열린 기금운용위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번 회의에도 불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이번에 다룬 개정안은 국민연금 수책위에 기업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권한과 주요 경영 사안 전반에 대한 주주제안 권한을 넘겨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침 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부터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재계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자체로도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도한 기업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수책위의 소송 남발 가능성과 책임 소재 불분명을 우려해왔다. 수책위가 소송 제기 결정을 내리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고 패소 시 기업에 끼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계 반발이 거세지자 관계 부처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해당 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야 한다"는 재계의 거듭된 주장에 정부 내에서도 일부 수긍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수책위가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돼 있어 정치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는 점도 부처 간 논의에서 지적됐다. 중앙 부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수책위 전문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많았고 특히나 책임 없이는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강했다"면서 "심지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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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 직후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논평을 내고 "지침 개정안은 수책위에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권을 일임하고 비경영참여 주주제한 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면서 "이는 기금운용위가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수책위를 앞세워 회피하고자 하는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하지만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유사한 시도가 반복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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