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에너지 가격 뛰면서 인플레 상승 압력 더 커져
美금리 인상+코로나 팬데믹 맞물려 실물경제 쓰나미 타격 불가피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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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손선희 기자, 권재희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충돌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국 경제가 지정학적 리스크 소용돌이에 갇혔다.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과 맞물려 실물경제 쓰나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NSC와 통합, 문 대통령 주재로 변경됐다.

◆원자재發 인플레이션 현실화= 현재 시점에서 예의주시할 대목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폭과 속도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둔 국제유가 상승세는 국내 기름값은 물론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에서 에너지를 비싼 값에 들여오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무역수지의 적자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입하면 국제유가는 최대 125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3%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신한금융투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내리고 물가는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이후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외에도 철강, 알루미늄, 니켈,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이미 실물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통화긴축,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하방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형국"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의 긴장 고조는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 속도를 빠르게 앞당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는 물론 확전 시 공급망 차질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료용 밀·옥수수·대두의 연간 수입량(1722만t)의 10%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5~7월까지 품종별로 재고·비축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교역은 많지 않지만 러시아발(發) 에너지 가격 불안 요소가 많은 데다 이미 원자재를 중심으로 높아진 물가의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發 지정학 리스크 커진 韓경제…유가 100弗 터치하면 물가 1.1%P 상승 원본보기 아이콘


향후 침공이 현실화하거나 국지전으로 사태가 길어질 때에는 교역망 자체가 무너져 전 산업군이 연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를 차지하는 10대 교역 대상국으로 현지 진출 기업의 물류망이 막히면 제2, 제3의 공급 대란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교역 규모가 연간 약 9억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희귀 품목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수급 차질 우려가 높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면전으로 갈 경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버금가는 지정학적 긴장감 장기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군사 충돌 시 해당 지역 내 원자재 공급은 절반가량, 세계 에너지 및 곡물 수출은 5~10% 타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높은 원유 의존도, 반도체 공급망 차질 등으로 간접 타격권에 든다"고 봤다.


◆변동성 커진 금융시장=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투자 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금융시장은 널뛰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192.10원)보다 3.4원 오른 1195.5원에 출발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11.00달러(약 228만원)로 0.21% 올라 최근 9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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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72%까지 밀리며 27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낙폭을 1% 안팎으로 줄이는 등 횡보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1% 하락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당장의 전면전 가능성이 낮고 지정학적 변수가 선반영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낙폭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루블화, 유로화 등을 종합해 볼 때 금융시장 자체로는 우크라이나 이슈가 더 확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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