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바보야! 문제는 제조업이야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상용화되어야 빛을 발휘한다. 인터넷은 고성능 개인 컴퓨터를 대량생산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대중화됐다. 현실세계와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나 차가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등의 기술은 경제는 물론 삶의 양식까지 확 바꾼다. 하지만 이 또한 기술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기나 물건이 만들어지고 보급되어야 개화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일자리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어떤 것이 영향이 더 큰가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제조업의 기반이 튼튼하면 신기술이 일자리를 만드는 파급효과가 크고 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 제조업은 신기술의 상용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과 디자인, 제품의 배송과 사후관리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일자리도 만든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제조업은 한때 굴뚝산업이나 사양산업으로 홀대받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착각임을 알았다.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외국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자본과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무역적자는 커졌다. 상대국이 자국의 기술을 훔치거나 특정 물건의 수출을 막으면 자국의 경제안보마저 위험해졌다. 디지털 기술 최강국인 미국이 경험한 문제다. 이러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하면서 제조업 르네상스 재건 계획을 추진했다. 그 이후 도날드 트럼프로 또 조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뀌어도 제조업 강화정책은 확대됐다. 독일도 2013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며 제조업의 디지털화로 경쟁력을 키웠다. 덕분에 양국 모두 역대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일자리 대호황을 경험했다.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일자리가 악화했다. 정부는 제조업 강화를 말로만 했고 정책은 반대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고 과도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제조업의 기반을 흔들었다. 지난 17일 문 대통령은 외국인투자기업과의 대화에서 제조업과 ICT 인프라 덕분에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미국 등과 대립하면서 선진국이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찾았기에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크다. 오히려 한국 제조 대기업은 미국 등으로 투자처를 대거 옮겼다.
대선 후보들은 문 대통령처럼 일자리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이 했던 대로 공공 일자리를 강조한다. 또 제조업 일자리보다 서비스업 일자리를 중시한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민간 일자리를 강조한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와 근로시간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강성 노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나 독일의 총리처럼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을 키워야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더하다. 제조업이 수출중심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콜을 받을 정도로 한국은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었고, 중국의 사드보복이나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버텼다. 일자리와 경제안보는 제조업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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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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