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의 이번호 주제는 ‘예의 있는 반말’이다. 열다섯 명의 필진이 디자인 커뮤니티 ‘디학’에서의 평어 사용 경험을 엮었다. 이름(으로 호칭하고)+반말(로 대화하는)을 기초로 한 ‘평어’라는 언어 양식과 가능성에 대한 탐구, 사용 수기 등을 담고 있다. 편집진은 “평어의 가능성과 평어 너머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관계, 분위기, 이른바 문화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고 전한다. 2021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최재원 시인의 인터뷰도 실렸다. 에세이 코너에는 새 필진이 합류했다. 연구자 김지혜가 ‘해양쓰레기 탐가기’, 밀레니얼 세대 강덕구·선승범의 ‘2010년의 밤’, 소설가 정이현의 ‘글쓰는 엄마’가 수록됐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의 리단 작가는 정신질환을 다룬 도서가 계속 출간되는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

[책 한 모금] ‘릿터’ 34호 주제는 ‘예의 있는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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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한국어 존대법이 어려운 이유는 말끝마다 사람을 위아래로 나누고, 더구나 똑같은 사람의 높낮이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존대법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들을 근거로 사람들을 위아래로 나누는 불합리한 존대 기준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한국어를 연구한 라파엘 이바솔로 신부는 존대법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존대법이 모든 사람을 그냥 존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대법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을 어느 정도 존대할지 하대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 존대의 복잡한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18쪽>


정신병을 다룬 수많은 서적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경전 같은 ‘한낮의 우울’이 대표적이죠. 이 책이 ‘경전’이 된 이유는 잘 분석하고, 잘 썼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든지, 실제 10대 때 우울증을 진단받고 조사하다가 읽게 되어 인과가 뒤섞였지만 책의 저자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지금 한국의 책들은 여성, 20~30대, 우울증, 성인 ADHD, 그리고 최근에 나온 여성 알코올 중독 등 그동안 본격적으로 착수되지 않았던 영역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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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34호) |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65쪽 | 1만3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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