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지 소개해 달라"
"면접 시간이 아깝다" 생각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질문
68%가 불쾌감 느꼈던 경험
"기분 나빠도 참았다" 73%

전문가들 "법적 장치 필요"

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에서 열린 제2회 항공산업 취업박람회가 취업준비생들로 붐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에서 열린 제2회 항공산업 취업박람회가 취업준비생들로 붐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오규민 기자] "어느 교회에 다니나요?"


"교회에서의 역할은 무엇이고 올해 가슴에 품고 있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백모씨(30)는 한 비영리기구(NGO) 사회복지 연구직 면접에서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받았다. 당황한 백씨는 생각나는대로 말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면접에서 떨어졌다. 백씨는 "21세기에도 종교를 물어보는 면접관이 있었다"며 "연구원 뽑는데 종교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에서 ‘준비생’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보이지 않는 차별도 많다. 힘들게 서류전형을 통과해 얻은 면접기회지만 직무와 무관한 사적 질문이나 차별적 언행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 출신 최지원씨(가명·24)는 "한 중견기업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제주도 관광지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면접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어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2019년 7월 시행된지 2년이 넘었지만 취업준비생들을 울리는 갑질은 여전하다. 이 법은 채용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압력·강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구직자에게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신체적 조건 등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거나 채용과 관련해 금전, 물품, 향응이나 재산상 이익을 수수·제공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청년재단과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취업준비생 등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절차법 개정 2년, 불쾌한 면접의 변화’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중 68%가 채용면접에서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받았던 불쾌한 질문 중에서는 본인 출신 지역이나 연애, 결혼 등과 관련된 질문이 24%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22%)에서는 한 가지 문항만을 뽑기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본인의 학력이나 전공을 언급할 때 불쾌했다는 응답도 18%였다.


불쾌한 질문을 받았을 때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대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취업을 위해 참았다’라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중 73%를 차지했다. 반면 면접 중이나 이후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5%에 불과했다. 미디어계열 회사의 채용면접을 본 김미나씨(가명·25)는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물어도 되는 질문인가 싶다가도 ‘을’의 입장이라 이런 질문에도 대답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AD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국가기관이나 준정부기관들은 차별적 언행이나 직무와 무관한 질문들을 법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기업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질문을 하거나 무례한 질문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다면 채용과정에서 차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