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가 1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분류전담 인력 투입, 주 60시간 이내 작업시간 준수, 택배요금 인상분 공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택배노조가 1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분류전담 인력 투입, 주 60시간 이내 작업시간 준수, 택배요금 인상분 공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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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6일간 벌어진 은행 강도 사건의 인질범과 인질이 사랑에 빠진 것. 비이성적이지만 인질들은 강도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질들은 구출된 이후 강도에 대해서 불리한 증언을 거부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용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 10일부터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사측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속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전 택배사로 파업을 확대하고도 밝혔다. CJ대한통운이란 법인과 법인 내 임직원들이 인질로 잡힌 셈이다.

택배고객과 일반 시민도 인질이 됐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조치에도 꾹꾹 참고 있는 시민들은 한 데 모여 마스크를 벗고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 택배노조를 보면 허망할 따름이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CJ대한통운을 통해 물건을 사던 시민들은 택배를 한세월 기다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어린아이를 키우는데 맞벌이하느라 바쁜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도 있을 터다.


생계가 걸린 시민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파업 탓에 자영업자들은 속앓이만 하는 중이다. 팔아야 할 물량은 넘치는데 택배가 나가질 않아 재고비용만 계속 나가는 것이다. 설 명절 대목에도 많은 물건을 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전 택배사의 파업 확대를 반길 리 없다. 역시 이들 가운데에도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어려워져 빚을 낸 자영업자, 몇 달 동안 월급이 밀려 숫자가 늘지 않는 통장만 바라보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과거 몇 차례 있었던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을 마냥 비판만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그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어서다. 택배노조는 다시 시민과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의 정의를 다시 읽고 쟁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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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현상이지만 ‘인질을 해치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애착관계.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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