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로 불 지르고, 때리고"…동물학대 처벌 강화에도 "제 기능 못한다" 비판 잇따르는 이유
동물학대 해마다 증가…2020년엔 동물학대사범 1,000명 넘어서
학대처벌 강화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여전하단 비판
가해자 처벌엔 '고의성' 입증이 관건
동물권단체 "동물학대 가벼운 처벌 아쉬워…엄벌 선례 있어야"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길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거나 대규모 살해를 예고하는 등 동물에 대한 잔혹한 학대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학대 처벌이 강화됐지만, 실제 처벌 수위가 국민 법 감정이나 범죄의 잔혹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특히 동물권단체는 동물학대 가해자들이 '학대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12일 동물권단체 카라는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며 잔혹하게 학대하는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게시자 A씨를 지난 7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행위가 담긴 영상과 사진을 올렸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사진, 포획용 틀에 갇힌 고양이가 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는 영상 등이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선 공분이 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A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원 동의수만큼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섰다. 지난 3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14일 오후 3시 기준 14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7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푸들 21마리를 입양해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한 40대 남성 B씨가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범행동기를 "푸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푸들에 강제로 물을 먹여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둔기로 때리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학대·살해 후 사체를 유기했다.
◆ 동물학대 해마다 증가…'고의성' 입증돼도 처벌은 '미미'
동물학대 사범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난해 9월 공개한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 992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발생했고 1,014명이 검거됐다. 동물학대사범이 지난 2010년 78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962명에 달했다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증가한 동물학대 건수에 비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다. 같은 통계에서 10년 동안 붙잡힌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4,358명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원은 2751명(63.1%)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구속은 5명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동물학대 증가의 원인으로 '낮은 처벌 수위'를 꼽는다. 동물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으나 실제로 학대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비판이다. 실제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그 수위가 국민 법 감정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8월30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8%가 '동물학대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피학대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97.3%) △'일정 기간 다른 동물의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98.3%) 등의 응답률을 보였다.
다만 이는 지난해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이전의 통계다.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에게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대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강화된 처벌 수위조차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동물학대 사건이 법정에 넘겨지면 '학대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데,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아서다. 충북 옥천에서 개에 목줄을 묶어 차량 앞 범퍼에 매달고 약 5㎞를 끌고 다니다 죽게 한 50대 남성은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유사한 사례에서도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 경북 상주시의 한 도로에서 차량 뒤편에 끈으로 개를 묶어 약 5㎞를 달려 죽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C씨는 경찰조사에서 "개를 운동시키기 위해 차에 매달고 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에 끌려 다닌 개는 차량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앞다리, 양쪽 어깨 부위가 바닥에 끌려 찰과상을 입고 가죽이 벗겨지는 등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재판부는 C씨에게 지난해 1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명 존중 의식이 희박하고 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죄를 인정하고 있고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등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동물권단체 "고의성 입증 어려워도 최소한의 형량 기준 있어야"
동물권단체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경찰·사법부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보호법 강화는 (동물권에 대한) 높아진 시민의식과 동물학대가 중범죄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경찰과 사법부(의 인식이) 이를 좇아오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잔인한 동물학대의 경우 현행법의 최대치만큼 처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선례가 만들어져야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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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학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처벌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학대 사례에서) 미필적 고의가 매번 문제가 되는데, 물론 사법적 판단이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고의성과 관계없이 동물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한다면 그에 맞는 최소한의 형량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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