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숏폼 유세…정치무관심 극복할까
"공약만 있고 사전 설명 부족"
전문가 "美·英 정책 준비 일러, 한국은 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정완 인턴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달 7일 오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후 윤 후보가 올린 일곱 글자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이유는?", "공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대선 후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한 줄' 공약, '짧은 영상'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권자를 대면하기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공약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공약에 어울리는 형식의 홍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홍보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정작 대선 공약 형식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유권자들의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짧은 공약 글'은 지난달 6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공약을 올리면서 확산했다. 이어 7일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게시물은 40분 만에 댓글 1000여개가 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달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약. 사진=윤 후보 페이스북 캡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달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약. 사진=윤 후보 페이스북 캡쳐

원본보기 아이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지난달 18일 '우리말을 배우고 익히는 만2세~7세(초등생 1년) 어린이들에게 투명마스크 무상지급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한 줄 공약을 공개했다.


1분 내외 영상으로 짧게 전달하는 '숏 폼(Short Form) 공약'도 이어졌다. 지난달 8일 윤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 '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합니다'라는 제목의 45초짜리 짧은 영상을 시작으로 관련 공약을 지속해서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난달 14일 유튜브 채널에 '탈모 공약, 진심입니다'라는 제목의 31초짜리 '쇼츠(shorts)'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짧고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런 형태의 공약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있다. 대학생 김윤호(21·남)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 통해서 접했다. 핵심만 쉽게 알 수 있어서 좋더라"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공약 설명이 없어 공약 배경을 찾아보는 등 불편하다는 비판도 있다. 직장인 최예빈(27·여)씨는 "MZ가 짧은 동영상 좋아한다고 정치까지 저렇게 공약 몇 글자 내놓으면 유권자는 판단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유권자 기만이다"라고 전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플랫폼에 친숙해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접하고 소비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약속인 공약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 담긴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메타버스 가상공간 '폴리버스 캠프'(위 사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사진=각 정당 후보 홈페이지지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메타버스 가상공간 '폴리버스 캠프'(위 사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사진=각 정당 후보 홈페이지지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가운데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약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도 일어난다. 수정이 불가한 지면으로 제작된 공약집이 아닌 온라인에 올라온 글과 영상인 관계로 내용 추가나 수정 등이 쉬워, 속칭 '공약 경쟁' 다툼도 일어난다.


후보자들은 각각 웹사이트를 개설해 핵심 공약·일정·발언·사진·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지난 12월 이 후보는 웹사이트 '재명이네 마을'을 개설했다. 윤 후보도 지난달 초 '공약위키' 사이트를 열었다. 안 후보 역시 지난달 20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본떠 '안플릭스'를 만들었다. 심 후보도 지난달 말 '심상정 닷컴'을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공약 경쟁이 불붙기도 했다. '가상자산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병사 월급 200만원' 등 한쪽에서 공약을 내놓으면 다른 쪽에서 더 강한 공약을 내놓았다. 한정된 지면이 아닌 상황에서 불거진 공약 경쟁으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짧은 형태의 공약은 유권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없고, 지금의 대선 후보들의 경우 사실상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도 있어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잘 정리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후보자들에게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내서 공약으로 만들어내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게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게 문제"라며 "단편적인 공약들을 묶어주는 큰 그림이 잘 안 보이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줄·숏폼 공약이 정치무관심을 극복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냐'는 견해에 장 교수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 양쪽에서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번에 투표를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보통 11월에 선거를 하면 8월에 전당대회를 하면서 앞으로 4년 동안의 정책을 발표를 하고, 그 시기까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 훨씬 전부터 작업들을 한다"며 "이외에도 영국 등의 나라들은 오히려 훨씬 더 일찍부터 그런 것들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AD

이어 "한국은 일찍부터 고정된 공약집을 발표하는 것이 안 된다. 후보가 너무 늦게 결정되기도 하고, 정당 중심에서 선거를 치르는 게 아니라 개별 후보 위주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까 후보가 결정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올 수가 없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완 인턴기자 kjw1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