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OTT 지각변동 2년…'지금 우리 콘텐츠'는?
팬데믹 콘텐츠 시장 변화
해외 OTT 안착, 韓시리즈 제작 활발
'오징어게임'·'지우학' 전세계 관심
공개주 1위에 혈안, 완성도↓ 수위 ↑
"K-콘텐츠 신뢰도 하락할 것"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바꿨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소비도 매우 활발해졌다. 극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지 2년. K-콘텐츠는 어디쯤 와있을까.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역사를 다시 썼다. 멕시코 영화가 그랬듯이 이제 K-무비가 훌륭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계적 선전에 충무로는 상기됐다. 자연스러운 관심에 국내외 협업도 활발히 논의했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사도 덩치를 키울 채비를 했다.
2020년 1월,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생겨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춘 것. 매서운 바이러스에 마스크를 착용했고, 서로 거리를 뒀다. 영화관은 텅 비었다. 쌍천만 관객을 모으며 호황을 누리던 각 멀티플렉스와 영화사는 얼어붙은 극장가에 마음을 졸였다.
길어야 3개월이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2년 넘게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며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봉 못 한 신작이 배급사 외장하드에 쌓여가자, 영화 제작은 3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OTT는 호황을 누렸다. 극장 대신 집에서 콘텐츠를 접하는 시청형태에 점점 익숙해졌다. 넷플릭스는 최대 매출을 올렸고,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등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 웨이브, 카카오티비 등 토종 OTT도 자체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며 추격에 나섰다.
충무로 인력도 대거 이동했다. 한 배우는 "OTT 콘텐츠 촬영장에 가면 영화 작업을 같이한 제작진이 대부분 와 있다"며 "영역 간의 경계가 이제 모호해졌다. OTT가 곧 배급사이자 제작사이고 극장이 되지 않았나. 작업 과정이나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화계가 부침을 겪으며 제작이 연기되고 무산됐지만, OTT 콘텐츠 제작은 활발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 플랫폼에서 제작 예정인 국내 모 작품 한편에 편성한 예산이 수백억 원대라고 들었다. K-콘텐츠를 향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라며 "그간 OTT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배우들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본토인 미국에서만 사용되던 이전과 달리 시기적으로 잘 맞물려 동아시아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열풍을 이끌었다. 이후 공개된 '지옥'이 그 바통을 이어 인기를 얻었다. 두 콘텐츠 모두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뤘다.
'오징어게임'은 목숨을 걸고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게임에 실패한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죽고 죽이며 싸우는 과정이 오락적으로 펼쳐졌다. '지옥'은 천사가 죽음을 예언하고 사자가 고지된 시간에 맞춰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내용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음을 맞게 되는 이들과 이를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다음 주자는 고등학교에 창궐한 좀비 이야기를 그린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사투 끝에 살아남은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질주하는 좀비를 피해 사투를 펼치는 이야기다. 성착취물 촬영, 성폭행, 10대 임신, 학교폭력 등 무거운 주제를 오락적으로 풀었다.
이들 모두 많은 국내외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인기 콘텐츠다. 그러나 윤리의식 부재와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를 상업적으로 가볍게 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출자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OTT 콘텐츠는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들며 시청자의 연속 시청을 유도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어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작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만들어진 OTT 시리즈를 보면 피가 튀기거나 성적인 자극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최근 선보인 콘텐츠는 자극적인 수위가 높고 막무가내식 1차원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바라봤다.
이어 "순간적인 이슈를 좇아 공개주 1위에 오르는 것에 혈안 된 분위기가 아쉽다. 지속하면 결국 독이 될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찾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K-콘텐츠가 곧 웰메이드 콘텐츠라는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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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TT 시리즈를 연출한 한 감독은 "일본 드라마가 'J-드라마'라 불리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때가 있었다. 막장, 불륜, 패륜 등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좇다 결국 외면받지 않았나"라며 "궁극적으로 좋은 콘텐츠가 해답이 아닐까. MSG 없는 착한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사랑받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창작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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