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집행 한 달 만에 세출구조조정?…기재부 딜레마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이현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올해 본예산을 집행한 지 만 한 달을 겨우 넘긴 시점에서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압박에 떠밀린 불가피한 작업이다. 연초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추경안을 편성해놓고, 정작 그 재원을 기존 본예산을 깎아 마련한다는 점에서 '조삼모사식'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8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 증액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회의 증액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그간 '증액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여야 공세에 결국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곧바로 정부안보다 24조9500억원 대폭 증액한 추경안을 전날 의결했다. 소상공인 대상 방역지원금을 정부안(300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정부안보다 15조원 늘어난 추경안을 의결했다. 두 상임위에서 늘어난 금액만 40조원에 이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날 예비비 증액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재원마련 방안이다. 김 총리는 '국회 합의'를 전제로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적자국채를 수십조 더 찍어내는 것은 물가, 국채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뛰는 금리를 더욱 자극해 풍선효과로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역시 지난해 초과세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국채 발행에는 부정적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은 세출 구조조정이다. 이는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분으로, 전날 김 총리 역시 이를 언급했다.
야당에서는 최대 50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하라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초과세수가 10조원가량 발생했다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약 40%는 지방교부금으로 내려가고 일부 국채상환 등을 고려하면 실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불과 3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추경 증액을 위해서는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재부 입장에서는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겨우 만 한 달을 넘긴 상황에서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입장이다. 세출 구조조정 규모가 정치권 요구대로 수십 조원대로 커질 경우, 이는 곧 정부 스스로 '607조원' 규모의 초슈퍼 예산을 방만하게 편성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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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 607조 중 어느 부분을 (구조조정) 할 수 있을지는 행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우선순위 떨어지는 지출 구조조정은 재정당국에서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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