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실력보다 다양성? 美연방대법관 흑인女 지명 논란
바이든이 지명한 종신판사 42명
75% 여성·3명 중 2명 유색인종
인종·성별 다양성 확보 초점
"실력보다 인종 우선" 지적
우수 후보군 역차별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이 조만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방대법관 공석이 생기면 흑인 여성을 후임에 앉히겠다고 약속해왔다. 현직 최고령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연방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오는 6월 퇴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연방판사직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연방판사를 지명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지난달에는 첫 무슬림 여성 연방판사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첫 여성 성 소수자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취임 후 지명한 종신 판사직 42명을 살펴보면 75% 이상이 여성이다. 66% 이상은 유색 인종이다. 백인 남성은 2명에 불과하다. 직업적 다양성도 중시했다. 검사와 기업 변호사 출신이 대다수인 연방 사법부에는 형사 전문 변호인 출신들을 줄줄이 지명했다. 최소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국선 변호인을 대거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전체 인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각각 1%, 1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이례적인 일이다.
◆"기계적 다양성, 역차별 초래"=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이나 성별을 최우선 선발 기준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력이 아닌 기계적 다양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수한 잠재적 후보 여럿을 선제적으로 후보군에서 제외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인종이나 성별은 1~2순위 선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해당 자리에 적합한 흑인 여성이 충분히 많은데도 민주당은 인종이나 성별을 우선시하면서 이 같은 기준에 반발하는 공화당에 ‘반 흑인’이라는 딱지를 씌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미 사법위기네트워크의 캐리 세비리노 회장도 "다양성 추구는 판사에게 이익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종에 따라 우수 인력을 후보군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화당을 까다로운 정치적 계산에 빠지게 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은 인종차별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로 보이지 않으면서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선택으로 법원의 이념적 기울기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공화당은 전면전을 펼쳐야 할지, 혹은 절제된 접근을 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연방대법관 3명을 보수 성향 인사로 지명하면서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6대 3으로 나뉜 구도다. 진보 성향인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으로 흑인 여성이 임명된다고 해도 짙은 보수 성향은 유지하게 된다.
◆민주당, 1960년대부터 법원 다양화 시도= ‘연방대법원 공석에 흑인 여성을 앉히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연방법원을 다양화하려는 민주당 계획의 연장선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 연방사법센터에 따르면 전체 연방판사 3483명 가운데 흑인 여성은 70명에 불과하다. 전체 2% 이하다. 하지만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첫 흑인 여성 연방판사로 콘스턴스 베이커 모틀리를 지명한 이후부터 민주당 행정부는 꾸준히 흑인 여성을 연방 사법부에 포함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취임 1주년을 갓 넘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흑인 여성을 연방 사법부에 임명했다. 총 11명으로, 전체 지명자 4명 중 1명꼴이다. 1위와 2위는 모두 민주당 출신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이들은 재임 8년 동안 흑인 여성 각각 26명, 15명을 연방 사법부에 앉혔다. 다만 전체 지명자 중 비율로 보면 8%, 4%로 바이든 대통령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2명),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8명),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2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명)도 흑인 여성을 지명했다. 하지만 전체 지명자 중 1~2%로 사법부 내 소수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일반적으로 민주당 출신 대통령보다 여성이나 소수 인종 집단에서 연방판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연방판사로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흑인 여성 대부분은 지방 법원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연방대법원보다 한 단계 아래인 상고법원에서 근무한 경우는 13명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뿐만 아니라 연방항소법원에서도 흑인 여성 5명을 위한 자리를 확보한 것은 유의미한 변화다. 이들이 최종 임명되면 항소법원 내 흑인 여성은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대법관 은퇴 연설식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3번째 흑인·6번째 女대법관 탄생 눈앞=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여성을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하면 서굿 마셜, 클래런스 토머스에 이어 세 번째 흑인 대법관이다. 토머스는 현재 연방대법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으로서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에이미 코니 배럿에 이어 여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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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후임자를 지명해야 하는데 주요 후보군에는 40~50대 흑인 여성 법조인 여럿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1·6 의사당 난입사태 관련 백악관 문건 공개 판결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커탄지 브라운 잭슨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시한 백악관 합류를 거절한 레온드라 크루거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대법관, 주립대 로스쿨 출신 노동법 전문가 제이 미셸 차일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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