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중대재해법 강화 움직임
법안 그대로 통과 시 내년부터 시행
소상공인·영세기업 '당혹' "과도하다"
중기부, 수조원 들여 컨설팅·시설 지원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점주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점주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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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잘 몰랐는데 우리 같은 김밥가게에도 적용한다니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일이 처벌하고 부담을 주면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법이 시행되자마자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줄로만 알고 있던 소상공인·영세기업 업계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업주 부담을 키운다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내년부터 5인 미만 적용" 개정안 발의= 최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여야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에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적용 대상을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사실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상시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기간제·일용직·외국인 근로자 등도 포함된다. 강 의원 측은 2020년 전체 산재사고 사망의 35.4%(312명)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며 법 적용에서 배제할 경우 실효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관리 미흡으로 종사자나 시민이 중대한 재해를 입을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종사자 사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약 강 의원 대표발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2023년 1월27일부터 일반음식점, 마트, 주점 등을 운영하는 5인 미만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사업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처벌당할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인 배달 라이더를 고용하는 지역 배달대행업체 사업주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종사자는 상시근로자에 해당되진 않지만 사업주가 보호해야 할 종사자 범주에는 포함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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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처벌될 수 있는 것"이라며 "산업재해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만큼 법 시행시기를 1년이라도 앞당겨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당초 발의됐던 여러 제정안에 비해 법 적용범위가 축소됐다며 생명과 신체 외에 ‘정신건강’까지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고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5인 미만 사업주 처벌 부당하다" 소상공인 반발= 법안 추진 소식에 소상공인들은 상당하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71)는 "이 조그만 곳에서 직원이 잘못해서 넘어지거나 다칠 수도 있다"며 "그때마다 사업주의 책임을 따져 묻는다면 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 법을 악용한다면 소상공인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이모씨(57)는 "인원이 부족해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라 안전 관리자 역할까지 하긴 힘들다"며 "인쇄물을 자르다 손을 다칠 수도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업주를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친노동 성격을 띠는 여권뿐만 아니라 범야권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에 나선 반면 중기부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어 당정 간 엇박자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중기부는 법안소위 등에 참여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중대산업재해 적용 제외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시점을 2024년으로 미룬 것도 중기부의 공(供)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법이 시행되자마자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내면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종사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27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관리자들이 현장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종사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27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관리자들이 현장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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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중대재해법 대응책 마련 분주= 중소기업 현장에선 모호한 법 규정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안전보건 전문 인력이나 시설 확충 여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기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할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올해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산재 예방 컨설팅과 안전시설 도입 지원 등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먼저 총 618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혁신바우처사업을 통해 산업안전·규제대응 컨설팅(한도액 1500만원)과 시스템·시설구축(2000만원) 지원에 나선다. 이달 중 사업을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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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5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내용에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설비 도입’ 목적을 추가할 계획이다. 업력 7년 미만의 기업의 경우 창업기반지원자금으로, 7년 이상의 기업은 혁신성장자금 명목으로 설비 도입을 위한 자금을 60억원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다. 그 밖에 스마트 공장 보급(3570억원), 공정·품질기술개발사업(427억원)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뿌리·전통 제조업 분야 협동조합 30곳에 규제대응 컨설팅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3억원 규모의 시범 사업도 진행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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