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육 과정 개편안 제시

편집자주대한민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정규영 회장의 제언입니다. 정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해외 각국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의 선발 과정과 이 학생들이 이수한 초·중·고등 교육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교육 체계와 학교체육 시스템 등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위해 2008년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공교육과 대학 입시 제도 등에서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참고

①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교육을 말한다

②수능은 사법고시가 아니다

③수능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기회여야 한다

④학생들의 'HOOK'을 키울 선발 방식이 필요하다

⑤국영수만큼 '음미체'도 중요한 교육이다

⑥인성 교육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자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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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제언한대로 대학들이 어려운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 공부만 한 학생들이거나 공부는 합격될 수준이 아닌데 예체능만을 열심히 한 학생들을 선발하지 말고, 공부와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를 균형 있게 배우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하면 정부와 교육부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커리큘럼은 바뀔 것이다.

공교육 과정보다 어려운 수능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상황에서는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고,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학부모의 자녀들이 대학 입시에서도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된다.


필자는 중·고교 교육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범죄를 저질렀느냐 누명을 썼느냐를 판가름하는 경찰과 검찰의 경우와는 다르다. 교육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반하지 않는 한, 의료 기술처럼 계속적으로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또 학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학생 개개인의 특기와 독특함을 뜻하는 '훅(HOOK)'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교육 평준화 정책의 폐허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수업을 받는 다는 것과 모든 학교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장 경제의 논리와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한 그 어떤 '평준화'도 상향 평준화 되는 경우는 드물다. 획일화된 하향 평준화로 학생들의 교양, 인성, 음미체 교육은 후순위로 밀렸다. 그 결과 우리 학생들이 성적과 무관하게 같은 수학 수업을 듣고, 수학은 못하지만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국어 과목으로 본인의 장기를 발전시킬 방법이 없으며 학교에서는 전통 악기를 가르치지 않고,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운동팀들이 출전하는 공교육 운동 리그가 존재하지 않는 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평균 영어 점수가 95점인 학생들이 모이는 미국 명문대에 영어 점수는 90점이지만 금속 조각을 매우 잘하는 M 학생이 합격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다.


M 학생은 중학교 때 본인이 영어와 외국어에는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영어와 외국어 수업을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쉬운 과목으로 선택했다. 대신, 본인이 좋아하는 미술과 역사는 난이도가 높은 과목을 택해 좋은 성적을 받았다. 미술 시간에 잠시 경험한 간단한 금속 공예에 소질을 보인 M 학생은 금속 공예에 열정이 생겨 학교 미술 선생님과 동아리를 만들고, 관심 있는 학생들을 가입시켰다. 이후 선생님,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금속 공예를 하면서 자유시간에도 금속 공예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켰고, 몇몇 예술 경연 대회에도 입상했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1년에 한번 정기 작품 전시회도 주관했다.


M 학생의 금속에 대한 열정은 트럼펫이라는 금속악기 연주로도 이어졌다. 금속 악기 중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트럼펫 연주를 취미로 삼아 학교 재즈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했고 어느덧 준 전공자 수준에 이르렀다. 금속을 공부할 수 있는 화학 과목도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골라 좋은 성적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명문대에 지원하면서 금속공예와 미술역사, 그리고 화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 뒤 합격했다.


M 학생과 같은 사례는 하향 평준화된 고등학교에서는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등학교는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계속 향상시켜야 하며 학생들도 본인의 '훅'을 키울만한 학교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와 언어에 소질이 없는 학생이 왜 영어를 잘하는 학생과 같은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가. 화학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학생이 학교에서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왜 사교육에만 의존해야 하는가. 학생의 순수한 열정인 금속 공예와 트럼펫 연주는 학교 선생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도할 담당 교사와 여건도 부족하며 음악, 미술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왜 대학 입시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초·중·고등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준화 정책이 폐지돼야 한다. 동시에 교사들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를 선발하는 지금과는 다른 방안이 필요한데, 다음 편에서 이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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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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