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낙농산업 발전 정책방향 브리핑' 발표

생산자에 "20~30년 뒤 미래세대 위해 고민" 당부

지난 10월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는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10월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는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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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우윳값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원유(原乳) 가격체계 개편이 정부 의도와 달리 해를 넘길 전망인 상황에서 정부가 생산자(농민)에게 "체계 개편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30일 전했다. 생산자를 향해 "눈 앞의 이익만을 보지 말고 20~30년 후 우리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낙농진흥회의 이사진 15인 중 7인이 생산자 단체라 이들 모두가 반대할 경우 원활한 논의가 어려우니 반드시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상 생산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원안대로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이날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 정책방향 브리핑' 자료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낙농이사회 의결 구조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전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낙농산업이 20년간 위축돼 왔다면서 국산 원유 자급률이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8.1%로 대폭 낮아진 사실을 환기했다. 생산구조가 소비구조를 못 따라간 게 원인이고, 그 이유는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원료로 쓰이는 우유) 간 가격 차가 있는데 둘 중 더 비싼 음용유 위주로 가격 체계가 맞춰져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음용유 가격을 현행 리터(ℓ)당 1100원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을 ℓ당 900원으로 200원 낮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놨고, 생산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또한 이사회 15명 중 3분의 2(1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생산자 7명 전체가 반대하는 의결 구조에도 문제가 있으니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학계·소비자단체·생산자단체·유업체 등을 망라해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를 구성한 뒤 지난 28일까지 5차례 의견을 수렴했다. 생산자를 제외한 모든 주체가 가격 체계와 의결 구조 개편에 찬성했지만 생산자 반대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에 생산자들은 ▲생산량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대책을 시행하면) 실질적으로 쿼터가 감축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낙농가의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로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대신 생산자 중심의 전국단위 MMB(생산자 대표조직이 모든 유업체와 가격·물량을 협상해 결정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생산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MMB 체계가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런 생산자들의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음용유 구입량만 생산량으로 보는 생산자단체의 주장과 달리 가공유 생산량 31만t까지 포함하면 전체 생산량은 205만t에서 222만t으로 늘 것이 분명하지 쿼터는 오히려 느는 셈이 된다"고 반박했다. 현 사육밀도 규제 등으로 생산량이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이달 기준 사육 중인 젖소 40만1000마리에 필요한 법적 면적은 430만㎡인데 반해 현재 젖소농장 사육시설 허가면적은 1073만㎡인 점을 보면 생산 증가 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낙농 농가 소득 감소 주장에 대해선 "농식품부 안에 따르면 가공유의 구매가격은 음용유보다 낮아지지만 더 많은 물량을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되므로 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MMB 도입 주장에 대해선 "현재 낙농진흥회가 쿼터를 관리하고 구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MMB 도입 문제는 당장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농식품부는 향후 낙농진흥회의 역할과 기능 및 MMB의 도입과 관련해 중장기 낙농산업 발전방안에 포함하여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낙농진흥회 의결권 개편을 위해 농식품부는 ▲이사의 수를 현재 15인에서 23인으로 확대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추가(정부 1→3명, 학계 1→3명, 소비자 대표 1→3명, 변호사 및 회계사 각 1명 추가)하고 ▲사외이사 선임 시 인사추천위원회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운영 과정에서도 "의결은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에 맞게 강화해 어느 한쪽 세력이 반대하는 경우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자 7명 모두가 반대표를 들면 논의 자체가 셧다운되는 관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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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향후 가격·의결구조 개편 관련 생산자 단체 및 유업계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권역별 낙농농가 현장 설명회, 소비자 및 유업계 간담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낙농가 생산비 절참 자원에서 조사료 수입 쿼터 확대, 농가사료구매자금 확대, 시설현대화지원 확대, 낙농가의 분뇨처리지원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내년 연구용역을 한 뒤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키로 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낙농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낙농산업 전반에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며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당장 눈 앞의 이익만을 보지 말고 20~30년 후 우리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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