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화려했던 반도체특별법, 해 넘길 듯…글로벌 도전 받는 韓반도체
대선 국면에 연내 통과 난항…규제 완화 등 신속 처리 절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초심으로 돌아가 반도체 산업을 단순히 지원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인식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8일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타까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더뎌지면서 사실상 연내 국회 통과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한숨은 깊어졌다. 이 관계자는 "법안이 빨리 통과돼 적절한 시점에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서 한층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재계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하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싸움은 결국 타이밍’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지만 국회가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시작은 화려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반도체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7월까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혔지만 실제 법안 발의는 10월 말에야 이뤄졌다. 법안 발의 뒤에도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다른 업계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간의 이견이 나오면서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업계가 원했던 수도권 대학 관련 정원 증설과 같은 인재 수급 내용 등은 빠졌다.
주관 부처인 산업부가 최근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1월 중 특별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는 입법 노력과 함께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국내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지원 역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기를 감안해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인허가 절차 단축, 규제 완화 등의 지원 속도를 높이고 있다.
K-반도체 산업이 입법에 가로막혀 있는 동안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자국에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법안은 물론 정책적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월 집권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삼성전자, 대만 TSMC, 인텔 등에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적극 요구했고 결국 대부분이 올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발의된 미국 반도체법(CHIPS)은 업계에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으로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고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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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21회계연도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안에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을 위해 6000억엔(약 6조2578억원)을 책정했고 관련법 개정안 2개도 임시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대만 TSMC가 가장 먼저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투입해 해외 핵심 업체의 생산시설을 끌어들일 만큼 일본은 무너졌던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유럽연합(EU)도 역내 반도체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특별법과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텔과 TSMC 등 핵심 반도체 기업들과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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