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최고이자율 인하 또 추진…불법사채 지옥문 열리나
무리한 인하로 대출 어려워져
제도권 대부업 붕괴 될 수도
대선용 포퓰리즘 지적 제기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금융 시장에 나타날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저소득·저신용자,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급격하게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들은 고스란히 불법사채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금리 인하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고 제도권 대부업 시장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여당의 대선후보의 금융 공약에 맞춘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현재 20%로 인하를 합의한 지난해 11월 이후 발의된 이자 감면 법안은 총 13건에 달한다. 이 중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6건이다. ‘이자제한 일부개정법률안’은 7건 상정돼 있다. 법안 모두 현행 20%인 법정 최고이자율을 10~15%로 내리자는 게 골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명분이다. 문제는 지나친 속도전과 인하 폭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7월7일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됐다. 이미 곳곳에서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 반 년도 안돼 여당을 중심으로 큰 폭의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이 위축될 경우 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으로 대거 밀려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고금리 인하로 약 3만9000명(2300억원)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018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낮췄을 당시에도 5만여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해 저신용자의 신규 자금 이용 기회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 영위가 어려워진 소형 대부업자들의 음성화로 불법 사금융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도 최고금리 인하 이후 줄줄이 문을 닫거나 계획 중에 있다. 최고 이자율 인하로 대손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역마진이 발생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재차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와 NH농협은행을 포함한 8개사 중 5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0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8개사 중 10월 평균금리가 14%를 넘긴 곳은 롯데·우리카드 두 곳이었지만 지난달에는 삼성·현대·KB국민까지 포함해 총 다섯 곳으로 늘었다. 법안으로 제시된 15%인하에 이미 육박한 상황.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 금리도 고공 행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이자 경감을 앞세워 내년 3월 대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여당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최고금리 인하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이 후보는 올해 초 "금융 소외계층의 최후 보루는 대부업체가 아닌 국가여야 한다"며 "경기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수준은 11.3~15.0%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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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은 규제에 크게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정치권의 표심 잡기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상황이니만큼 표심잡기 보다는 서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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