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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타트업 출근해보니…삼성도 탐내는 ‘수평조직’ 완벽 실현

최종수정 2021.12.28 15:52 기사입력 2021.12.28 11:41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서 직원체험…대표도 인턴도 ‘OO님’
재택근무제 무기한 시행…소통은 수평적 결정은 수직적
복지 등 처우 대기업 수준…주택구입시 무이자 대출 1억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 피플팀(인사팀)의 이혜민 매니저(왼쪽)가 본지 이준형 기자(오른쪽)에게 신규 입사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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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에는 ‘혜민님’이 두 명이다. 회사에서 공동창업자인 이혜민 대표와 피플팀(인사팀)의 이혜민 매니저는 모두 ‘혜민님’으로 통한다. 2015년 설립 당시부터 직원 간 호칭을 ‘이름+님’으로 통일한 까닭이다. 직원들은 대표와 일반 직원을 같은 호칭으로 부르는데 거부감이 없다. 두 ‘혜민님’의 사무실 좌석도 회사 조직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매니저의 자리는 이 대표 자리 맞은편이다. 이 대표의 자리에는 직함을 드러내는 명패는 물론 칸막이도 없다. 모니터 위의 이름표를 확인하지 않으면 대표 자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제2벤처붐에 힘입어 ‘스타트업 전성기’가 도래했다. 주목 받은 건 스타트업의 성장성만이 아니다. 최근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잇따라 흡수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이 창의성, 유연성 등을 무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다 대기업 출신 인재도 대거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 등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실제 조직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기자가 직접 서울 선릉에 위치한 핀다 사무실로 출근해 스타트업 문화를 체험했다.

유연근무제에 재택근무까지…'스마트' 업무방식

처음 눈에 띈 건 유연근무제였다. 오전 9시30분쯤 출근하자 사무실이 한산했던 이유다. 2~3명 남짓의 직원만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오전 중 하나둘 출근했다. 오전 11시에 이르자 사무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핀다는 일찌감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대 ‘러시아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자율적으로 일하며 일 최소 6시간, 주 4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면 된다. 단 핀다는 불필요한 야근 문화를 지양하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에 사무실에서 일하려면 상급자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핀다는 주 2일 재택근무제도 무기한 시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등 방역지침이 강화됐을 때는 재택근무일이 주 4일로 늘어난다. 사무실이 한산했던 또 다른 이유다.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직원 간 소통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졌지만 업무에는 문제가 없었다. 슬랙(Slack), 지라(Jira),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다양한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직원들은 오히려 이 같은 스마트한 업무 방식의 효율성이 더 높다는 반응이었다.


본지 이준형 기자가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에서 일일 직원체험을 하고 있다. 핀다 직원들은 사무실 좌석 외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사진제공 =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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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 ‘No’…수평적 소통

2번의 회의를 통해 스타트업 ‘전매특허’인 수평적 소통 방식도 경험했다. 기자는 오전 11시 브랜드팀 회의와 오전 12시 전 직원 회의에 참여했다. 직원 간 ‘님’ 호칭을 쓰는 핀다에서는 인턴부터 대표까지 업무 과정에서 직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다른 직원의 연차와 나이를 알 수 있는 건 인사팀뿐이다. 직원들의 마음도 열려있다. 스타트업에는 대부분 수평적 문화를 존중하고 따르려는 이들이 모인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2003년생인 최연소 직원과 1976년생인 최연장 직원이 서로를 ‘님’으로 부르며 소통해도 업무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유다.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대표는 물론 박홍민 대표도 직원 자리를 직접 찾아가 의견을 묻거나 전했다. 대표라고 해서 언제든 직원을 자기 자리로 부를 수 없다는 의미다. 수평적 문화를 보여주듯 이 대표와 박 대표의 외투는 사무실 한쪽에 놓인 행거에 다른 직원들의 외투와 함께 걸려 있었다. 단 의사결정은 수직적 체계를 따른다.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핀다 관계자는 “소통은 수평적, 결정은 수직적 구조”라며 “상급자가 의사결정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갖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에서도 스타트업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마침 기자가 출근한 날 오후12시부터 1시간 동안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타운홀 미팅이 진행됐다. 68명의 핀다 직원들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해 팀별 업무 진행상황 등을 보고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은 인터넷 방송처럼 채팅창을 통해 업무 내용 외 의견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타운홀 미팅은 지난 4주 동안 새로 입사한 신규 직원 4명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마무리됐다. 핀다는 신규 입사자가 자신을 소개할 때 ‘TMI(Too Much Information)’를 권장한다. 그만큼 기존 직원들이 신규 입사자의 경력 외에도 취미, 관심사 등 다양한 배경에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 핀다의 12월 타운홀 미팅. 핀다 전 직원이 참여했다. [사진제공 =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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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조직 운영…스타트업行 이직도

스타트업 특유의 애자일(Agile) 조직도 눈길을 끌었다. 애자일 조직은 팀, 부서 등의 경계를 허문 업무 방식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헤쳐모여’ 같은 방식으로 각 부서에서 인력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해체한다. 핀다는 기능 중심 조직과 목적 중심 조직인 ‘투 피자 팀(2PT·Two Pizza Team)’ 투 트랙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한다. 기능 중심 조직은 일반 기업의 부서와 비슷한 개념이다. 프로덕트오너(PO·Product Owner)가 모인 프로덕트오너그룹(POG)이 대표적이다. 반면 투 피자 팀에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다. 팀 규모는 피자 2개로 식사 해결이 가능한 인력으로 유지된다. 시장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아마존에서 시작돼 국내 여러 스타트업이 2PT 방식을 차용했다.


기존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직문화를 좇아 대기업을 떠난 직원도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트업이 인재를 끌어들이는 배경에 성장성만 있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출근한 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는 LG전자 출신의 12년차 개발자가 신규 입사자로 소개됐다. 이밖에도 핀다에는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대형 스타트업을 비롯해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 출신 직원도 적지 않다.


대기업 못지않은 처우는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택한 또 다른 배경이다. 기자가 출근 직후 오전 10시 신규 입사자 오리엔테이션(OT)을 통해 안내받은 복지 등 처우는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주택 구입시 최대 1억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복지가 대표적이다. 또한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자녀의 입학식, 졸업식 등에 유급휴가를 제공했다. 핀다는 최근 복지 체계를 개편하며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 근무) 제도도 도입했다. 원활한 사무실 밖 근무를 위해 모니터, 태블릿PC 등 개인 업무장비를 1인당 120만원까지 지원하는 복지도 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업무 외적인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상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핀다 사무실 한 켠에 놓인 행거. 회사 공동창업자인 이혜민·박홍민 공동대표의 외투가 직원들의 외투와 함께 걸려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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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이직하려면 스톡옵션을 받는 대신 연봉을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도 옛일이 된 셈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벤처투자는 스타트업의 극적인 처우 개선을 가능하게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5조2593억원으로 역대 최초로 5조원을 돌파했다.


스타트업이 ‘직장인의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인재 영입을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아닌 실리콘밸리 등 해외 스타트업을 모방한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스타트업 조직문화의 명암을 모두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체험 시간이 하루에 불과해 직원들과 긴밀한 얘기를 주고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꼰대문화’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창업 초기에 적합한 조직문화가 회사 성장속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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