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 시험 개편안 제시

편집자주대한민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정규영 회장의 제언입니다. 정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해외 각국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의 선발 과정과 이 학생들이 이수한 초·중·고등 교육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교육 체계와 학교체육 시스템 등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위해 2008년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공교육과 대학 입시 제도 등에서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참고 : [정규영의 대선과 대입①]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교육을 말한다

정규영,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정규영,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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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언급했듯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 제도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다시 말해 대학 입시 제도가 대한민국 교육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대학 입시 제도가 그동안 수없이 바뀌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해 보인다. 대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개편안을 제안한다. 현재 수능은 너무 어렵다. 상식적으로 모든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필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얼마 전 과거 수능에 출제된 화학, 수학, 영어 문제를 풀어봤다. 실제로 보니 고등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들이 상당수였다.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보는 수능은 '일반 시험'의 개념이므로 과도한 사교육이 필요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외지의 학생들도 사교육 없이 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공부해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단 한번의 시험으로 미래를 판가름하는 시험이 돼서는 곤란하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준과 너무 차이가 나는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는 상황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교권에 대한 존경심까지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두 번째로 수능은 1년에 여러 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차례 시험으로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도박과 같은 시험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인이 보고 싶을 때, 준비가 되었을 때,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연령 제한도 없어야 한다. 가령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수능을 보고 충분한 성적을 올린다면 더 이상 수능 준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다른 과외 활동이나 봉사 활동 또는 인턴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한국 수능에 해당하는 SAT1을 1년에 총 7번 볼 수 있고 본인의 최고 성적만 대학에 제출하면 된다. 모든 시험의 난이도와 학생 컨디션이 항상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꽤 똑똑한 남학생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학생은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평준화된 수업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교 수업은 소홀히 하고 방과 후 인터넷 강의나 학원으로 향했다. 이 학생은 미국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적응을 잘하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학생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SAT1 시험이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과목 A를 받는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SAT1 시험만 보면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이 학생이 상담을 요청했을 때 필자는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준비하며 만족하는 성적이 나올 때까지 시험을 보라"고 격려했다. 그 학생은 결국 SAT1 시험을 5번 치른 뒤 마침내 원하는 성적을 받아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필자는 합격 통보를 담은 편지를 들고 찾아온 그 학생의 기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다음으로 수능은 다수 유형으로 출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한 가지 종류만이 아니라 유형이 조금 다른 형태의 수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생들도 본인에게 맞는 유형을 골라 시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SAT와 ACT라는 두 가지 유형의 시험이 있다. SAT는 독해와 작문법, 수학 등 3과목 시험에 1600점 만점이다. ACT는 독해와 언어, 수학, 과학 등 4과목을 보며 36점 만점이다. 선택으로 작문 과목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어가 강한 학생은 ACT 시험, 수학이 강한 학생은 SAT 시험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시험을 골라서 보거나 두 개 모두 응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전국 상위 퍼센트가 높은 성적을 제출해도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 수능도 학생들이 불합격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 전문가의 도움이 없더라도 수능을 이해하고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했음에도 한 번의 수능 때문에 희망이 물거품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수능은 학생이 대학에 가서 수업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거나 사교육 시장을 과열시켜서는 곤란하다. 수능이 쉽다고 학생들의 대학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렇다면, 미국 하버드나 스탠퍼드처럼 최상위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들의 위상이 지금과 같을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쉬운 수능이 아니라 고교 하향 평준화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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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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