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균형외교' 현실 드러낸 대만 '외교결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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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만 장관급 인사인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을 연사로 초청했다가 행사 당일 취소하면서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다. 대만 외교부는 공개적으로 항의의 뜻을 밝히고 홍순창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대리대표를 초치했다.


위원회 측이 밝힌 취소 결정의 이유는 ‘양안 관계(중국-대만)’다. 중국 정부의 반발을 고려해 그의 참석을 취소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내세워 대만 정부 인사들이 타국 정부와 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양안 관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애초 4차산업혁명위가 그의 섭외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번 논란은 미중 갈등구도 속에서 한국이 선택한 균형외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모드로 열심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지만, 계속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중 분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는 대만을 둘러싼 논란은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4월에는 대만 영토와 최단거리에 있는 샤먼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려 우려를 모은 바 있고,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공동성명에 ‘대만’이 언급되자 중국 외교부가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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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잘 잡고 있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미중 양국에서 실리를 취할 수도 있었지만, 언제든 발을 삐끗해 줄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보다 미중 갈등 구도가 더 노골화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은 아니지만, 한국도 "비공식적 실질 교류를 지속 증진(외교부)"이라는 애매모호한 입장 대신 명확한 스탠스를 요구받을 날이 늦든 빠르든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 때를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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