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수급, 치열해진 영업…시험대 오른 최재원 리더십
최재원 SK온 대표, 성장전략·글로벌네트워크 맡아
OEM 배터리공급·영업경쟁 등 현안 산적
배터리 전·후방산업 챙기고 외형확장 과제
2019년 3월 열린 SK배터리 아메리카 조지아공장 기공식에서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오른쪽 두번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가운데), 김준 SK이노베이션 당시 총괄사장(왼쪽 첫번째) 등이 삽을 뜨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배터리사업 계열사 SK온 대표이사로 경영복귀를 공식화했다. SK온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연말 인사 등을 다룬 이사회를 2주가량 늦게 했는데, 그간 회사 안팎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핵심인력 인선이나 조직개편에 공들이면서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해외 파트너사와 업무협의가 길어지면서 늦어졌다고 밝혀왔다.
8년여 만의 복귀라고는 하나 최 수석부회장이 지난 수년간 물밑에서 직간접적으로 배터리사업을 살뜰히 챙겨왔던 터라, 배터리시장을 둘러싼 현안이나 경쟁이 치열해진 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SK는 1980년대 유공시절부터 이차전지 사업에 관심을 가졌는데 본격적으로 이를 다시 상용화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한 건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10여년 전 횡령혐의로 구치소에 있던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사업을 하는 직원에게 자필편지를 보낸 건 유명한 일화다. 본인의 신변변동으로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흔들리지 말고 개발에 전념해달라는 당부였다. 이차전지 종주국 일본 업체가 건재한 데다 LG·삼성이 계열사 내부물량을 등에 업고 소형에서 중대형 배터리로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최 수석부회장은 이미 그때부터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국내외 OEM사 배터리 수급 챙기고
내후년 양산공장 가동 정상화 시급
SK온 대표이사로 최 수석부회장이 맡은 롤은 성장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 배터리 원자재 수급이나 폐배터리 활용 등 전·후방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커나가는 데 대처하는 한편 해외 완성차업체 등 고객사를 늘릴 임무를 맡았다.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2년간 다퉜던 LG와의 국제소송전은 올해 초 마무리됐으나 급격히 늘어난 수주물량을 제때 공급하고 최근 1~2년새 약진한 중국 회사와의 양적·질적 경쟁도 견뎌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덜 부각됐으나 최근 전기차 보급이 발빠르게 늘면서 배터리 수급도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SK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기아의 주요 전기차모델 대부분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업계에 따르면 SK의 국내 배터리생산거점인 서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4.7GWh 규모다. 70㎾h 정도 배터리를 쓰는 중형 전기차 7만대 정도에 공급가능한 수준이다.
아이오닉5·포터EV(이상 현대차), EV6·쏘울·봉고(이상 기아) 등 SK 배터리를 쓰는 주요 전기차종의 국내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국내 공장만으로는 수급이 달리는 처지다. SK는 하반기 들어 해외 공장에서 배터리 완제품을 일부 들여와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8월 열린 고 최종현 SK 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부터), 최태원 SK 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SK>
원본보기 아이콘미국 조지아 공장을 하루 빨리 제 궤도에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내·외부공사를 마치고 올 상반기 시험가동에 들어간 조지아 1공장은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중순 다시 공사에 들어간 2공장은 후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공장은 인근 채터누가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폭스바겐에, 2공장 물량은 합작관계에 있는 포드에 납품할 배터리를 만든다.
특히 포드는 내년 출시할 전기 픽업트럭 F-150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보다 2배 많은 연 16만대로 최근 높여잡았다. 최근 사전예약만 20만대 이상 몰릴 정도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 차종의 배터리 용량은 98~131㎾h로 일반 중형차에 견줘 두배 가까이 많은 배터리를 쓴다. 포드 측에서는 배터리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컸던 걸로 전해졌는데, SK에서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면서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SK는 흑연 등 배터리 주요 소재를 미국에 반입하는 과정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등 전·후방공정 전반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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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고객사 확보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계한 발전분야 역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SK가 아직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분야다. SK는 ESS를 비롯해 UAM·로봇 등 신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다. LG나 삼성 역시 CEO가 새로 오면서 적극적인 외형확장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터라 영업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와는 미국에 이어 유럽 내 합작법인까지 협의중으로 유럽 진출을 위한 밑그림도 이른 시일 내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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