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망가진 책 되살립니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재영 책수선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저자는 파손된 책의 모습과 소중한 책에 담긴 의뢰인의 기억, 책이 수선돼 재탄생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의뢰인으로부터 수선 방향과 희망사항을 듣고 책에 남은 흔적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면서 파손된 형태를 세심한 미감으로 낱낱이 살펴본다. 할머니가 한국전쟁 때부터 써오신 70년이 넘은 일기장이나 귀퉁이가 찢어진 한정판 잡지와 같은 책들. 망가진 책이 지닌 시간과 추억을 되살리기 원하는 의뢰인들이 재영 책수선의 문을 두드린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게 낙서는 없애고 싶은 책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 기억이고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책을 읽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더 나아가 본인의 어린 시절까지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낙서들은 그 책을 읽는, 아니, 그 책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그 흔적들을 지우지 않고 간직함으로써 의뢰인만의 특별한 기억장치가 작동하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책이 되는 일, 꽤 멋지지 않은가? <29쪽>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무너진 책등을 바르게 세우고, 사라진 조각을 채우면서 책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커버나 지지대, 혹은 케이스를 만들어주며 책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하다 보면 사람의 인생처럼 책에도 한 권 한 권 각자만의 책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연들과 파손된 책과 주인의 추억,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165쪽>
나는 책 수선은 책이 진화하는 방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본의 외형과 아주 똑같지는 않을 수 있지만, 비록 원본에는 없던 다른 구조가 덧붙을 수도 있지만, 파손된 부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서 다가올 앞으로의 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게,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은 수선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은 영원히 수선이 계속 가능한 건가요? 어느 시기까지 책 수선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대답한다면, 네. 책은 영원히 수선이, 아니, 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책의 진화론을 믿는다면요. <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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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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