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한 총리 공관의 모습. 2012년 이후 9년간 비워져있었지만, 지난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입주했다. [이미지출처=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공관에 입주한다는 소식을 일본 언론들이 앞다퉈 대서특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리에 임명된 뒤에 총리공관에 입주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앞서 무려 9년간이나 비워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큰 뉴스가 됐다.
일본 총리공관이 이처럼 오랜 기간 비워졌던 이유는 총리공관과 얽힌 각종 풍문들이 만든 징크스 때문이었다. 총리공관에 귀신이 산다던가, 총리가 들어가 살면 1년 만에 정권 끝장난다는 등 각종 소문들이 겹치면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물론,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모두 공관에 입주하지 않았던 탓이다.
일본에서 총리공관을 둘러싼 징크스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 역사상 초대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 재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1885년 일본의 첫 총리로 등극한 히로부미가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로 사망하면서 일본 총리들의 공관 공포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그나마 총리공관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후 1929년 총리공관이 다시 건립됐지만 곧바로 군부 반란으로 1932년 이누카이 쓰요시 총리가 공관에서 암살당하고 건물도 심각한 손상을 입으면서 이후 총리들은 아예 집에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전후 오랜 기간에 총리공관은 터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2002년 대대적으로 신축되기 전까지 제대로 보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005년 신축을 마치고 총리공관에 들어간 총리는 총 7명이었지만, 이중 6명이 1년 남짓 정권을 유지하다가 단명하면서 총리들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에서도 공관 징크스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됐다. 유일하게 단명 징크스를 깨트린 인물로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도 들어가기 전에 유령들을 쫓아낸다는 제령의식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징크스에도 기시다 총리가 공관에 들어간 이유는 전임인 스가 전 총리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늘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관에 입주하면 1분 내로 집무실로 출근해 내각 주요 장관들과 회의를 주관할 수 있지만, 징크스를 의식해 밖에서 지내면서 매번 20분 이상 시간을 낭비했다는 비판이다. 결국 스가 내각은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면서 공관에 들어가지 않고도 단명 정권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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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위상과 능력은 공관의 풍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심에 얼마나 부합한 정치를 펼쳤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대선 때마다 역시 풍수 논란에 휩싸이는 청와대도 새 터를 알아보기 전에 바닥 민심부터 샅샅이 훑어보는 지혜를 발휘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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