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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편 줄이려"vs"시위 권리 침해" 장애인 시위 열자 '엘베 폐쇄' 혜화역에 갑론을박

최종수정 2021.12.09 05:00 기사입력 2021.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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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교통약자 이동권' 요구하며 시위 벌여
혜화역, 승강기 폐쇄 두고 갑론을박…"시위 권리 침해" 비판도
장애인단체, 인권위 긴급 진정 등 법적 대응 예고
전문가 "한국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 미흡"

7일 오전 서울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며 선전전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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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출근길 장애인단체의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폐쇄한 것을 두고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전문가는 한국 사회가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6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세계 장애인의 날'인 지난 3일에도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와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차별 철폐를 골자로 하는 '교통약자의 교통편의 증진법' 연내 개정 촉구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 박미주 활동가는 "이동권은 누군가에게 그 단어조차 생소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매일 일상에서 목숨을 걸고 이동한다"며 "그래서 모든 지하철 역사에 휠체어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 리프트가 이미 마련돼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저희는 휠체어 리프트를 살인기계라고 부른다. 리프트를 타려면 호출 장치를 누른 후, 역사의 승무원이 나와서 작동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리프트가 계단 가까이 위치해 있다보니 버튼을 누르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사고를 언급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0월 신길역에서 중증장애인인 고(故) 한경덕 씨가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계단으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다.


지난 6일 오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 위치한 엘리베이터가 1시간30분 가량 폐쇄됐다. 사진=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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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서울교통공사가 엘리베이터를 폐쇄하면서 촉발됐다. 이날 전장연이 오전 8시 출근길 시위를 예고하자, 교통공사가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1시간30분 가량 폐쇄한 것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 엘리베이터 앞은 노란색 테이프로 진입로가 막혀 있고, '금일 예정된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는 혜화역장 명의의 안내문이 게시됐다.


교통공사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애인들의 시위 권리 침해라는 의견이 나왔다.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 없이 역사 내에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교통공사 측이 엘리베이터를 폐쇄함으로써 이들의 시위를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란 비판이다.


또 시위와 관계없는 다른 교통약자를 배려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시위에 참여한 단체뿐 아니라 장애인·고령자·임신부 등 다수의 교통약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특히 혜화역 인근에는 서울대병원이 위치해 있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장연 측은 교통공사의 엘리베이터 폐쇄가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박 활동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시위인데 이동권을 차단해버린 상황이라니, 몹시 아이러니하다"며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 등 다양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런데 시위를 막기 위해 이를 폐쇄했다는 것은 서울교통공사의 과잉 대응이자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교통공사는 "예고없는 승하차 시위로 인해 지하철 노선 운행이 지연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며 "2번 출구 엘리베이터는 운영을 중단했으나 3번 출구 엘리베이터는 막지 않았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혜화역에는 2·3번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마련돼있다.


그러나 전장연 관계자들은 3번 출구에서 엘리베이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관련 안내를 찾기 어려워 다른 역을 경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 1㎞ 떨어진 한성대입구역으로 도보 이동해 열차를 타고 혜화역에 진입, 당초 예정시간 보다 35분 가량 늦은 아침 8시35분부터 선전전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교통공사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 활동가는 "오는 9일 오전 9시 국가인원위에 긴급 진정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를 시작으로 법적 대응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사례가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장애인 등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미흡하고 소홀하다. 장애인이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보장돼) 있는 것인데, 이를 문제 삼아 (엘리베이터) 접근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다. 이번 이동권 시위에 함께 나선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지난 1999년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추락해 크게 다친 이후로 역사에 승강기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는 '장애인 이동권 요구 현장-1999.6.28 혜화역 장애인 휠체어 추락사고 이후, 여기서 이동권을 외치다'라고 적힌 장애인 이동권 동판까지 마련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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