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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너무 편해진 수사 공보

최종수정 2021.12.08 10:52 기사입력 2021.12.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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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예전과 비교해 검찰에서 제일 편해진 사람은 차장검사다. 차장검사는 일선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각 부서의 장인 부장검사들과 각 검찰청의 수장인 검사장 사이에 있는 중간간부다. 규모가 큰 검찰청의 경우 형사부를 지휘하며 사건 배당 등 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검사, 공안이나 특수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2차장검사가 있고, 서울중앙지검은 3·4차장검사까지 모두 4명의 차장검사가 있다.


차장검사가 편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공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이다. 종래 차장검사는 자신이 지휘하는 휘하 부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공보 업무를 담당했다. 물론 수사 지휘와 함께 병행해야 했던 임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중요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차장검사는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고, 적게는 1주일에 한 번, 많게는 매일 한 번씩 티타임 형식을 빌린 브리핑 자리에서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날이 선 기자들의 질문에 깜빡 말실수라도 하면 본인의 멘트가 실시간으로 포털 기사 제목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차장검사들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업무였다.


거의 매일, 그것도 2명의 차장검사가 각 1시간씩 수사 브리핑을 할 정도로 검찰이 공보에 충실했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의 계기가 된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였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추미애 전 장관과 후임 박범계 장관은 점점 공보준칙을 강화하더니 이 같은 공보 업무에서 차장검사를 완전히 배제시켰다. 대신 각 검찰청마다 전문공보관 내지 인권감독관 1명을 둬 공보 업무를 전담시켰다. 물론 명분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수사 보안이었다.

문제는 직접 수사를 지휘하며 사건의 전말과 수사 진행 상황을 꿰고 있는 차장검사와 달리 공보관들은 수사팀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답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 차장검사들도 수사 보안과 직접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알면서 대답을 안 해주는 것과 정말 수사 진행 상황을 몰라서 답변을 못 해주는 건 차이가 있다.


일례로 10년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의 과중한 공보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총무부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하고 부대변인까지 둔 적이 있었다. 당시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총무부장이 수사 상황을 파악해 공보 업무를 충실히 담당할 수 있도록 중앙지검 수뇌부 회의에 매번 참석하게 하는 등 조치까지 이뤄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지검 대변인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해줄 수 있는 범위와 깊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과거 1·2·3·4차장검사가 나눠 맡았던 공보 업무를 1명의 공보담당관이 전담하고 있다.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거나 공소유지 중인 주요 사건의 수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제대로 된 공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올해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직접 수사에 참여하지 않는 1명의 대변인이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물론 수사 보안이나 피의자의 인권은 중요하다. 과거 검찰의 선택적 언론플레이에 의한 부작용이 심각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인 건 분명하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쏠린 중요 사건의 수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왜 진전이 없는지 등을 1명의 공보담당자, 그것도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물을 수 있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 언론의 사명인 권력 감시 기능은 수사기관에 대해서라고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보 기준이 강화됐다고 검찰의 선택적 피의사실 흘리기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을 기소하면서도 네 쪽짜리 보도자료만 배포한 채 별도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아 감찰 대상자의 참관도 없이 멋대로 포렌식 해 위법 논란이 불거졌지만 ‘열어봤지만 아무 것도 없더라’는 내용을 담은 한 쪽짜리 입장문을 뿌린 게 전부다. 시작할 때 요란했던 ‘LH 투기’ 사건 수사가 왜 용두사미에 그쳤는지 물어볼 기회도 없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우리는 검찰로부터 ‘이재명 후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은 조사해봤지만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한 줄짜리 수사 결론이 적힌 보도자료를 받아들고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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