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성갈등 갈수록 첨예해져
운동선수 헤어스타일 두고 '페미 낙인'
여경 무용론, 가짜 영상 공유되기도
전문가 "약한 집단일수록 차별, 편견 피해 커"
"인권·다양성 교육 통해 구조적 문제 인식해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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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리 길이를 두고 이른바 '페미 낙인'을 찍는가 하면, 누리꾼들이 여성 경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도록 영상을 수정해 유포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문가는 차별과 폭력이 모든 집단에게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운동선수 '머리 스타일'까지 두고 남녀 분쟁 불거져

온라인에서 성갈등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사소한 부분까지 논란의 씨앗이 된다는 데 있다.


일례로 지난 7월에는 운동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소위 '숏컷 페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2020 도쿄올림픽에 양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짧은 머리카락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안 선수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성 비하 표현'을 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방하는 댓글을 올렸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일부 누리꾼들은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방하는 댓글을 올렸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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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안 선수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금메갈리스트", "남혐 의혹 해명하라" 등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 선수는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양궁협회에 관련 민원을 넣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성 누리꾼들은 안 선수를 옹호하는 글을 게시하며 연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개인의 자유인 헤어스타일이 삽시간에 남녀 분쟁의 시발점으로 변질된 셈이다.


"양평 여경도 도망쳤다" 가짜 정보까지 퍼져


그런가 하면 최근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젠더 갈등으로 번졌다.


앞서 지난 17일 인천 논현경찰서는 A씨(48)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흉기를 휘둘러 50대 B씨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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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는 논현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C 경위와 D 순경이 출동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이 A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현장에서 이탈하거나, 뒤늦게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B씨의 아내, 딸과 함께 건물 3층에 있었던 C 순경은 A씨가 위층에서 내려와 흉기를 휘두르자 현장에서 벗어나 1층으로 내려왔는데, C 순경이 여성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진행되던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이달 초 경기 양평군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양평군 한 길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40대 남성을 경찰이 제압한 것으로, 당시 정황을 포착한 영상이 유튜브 등에 올라온 바 있다.


영상은 여성 경찰관 1명을 포함한 여러 명의 경찰이 범인과 대치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엄마"라고 소리치는 듯한 비명소리도 녹음됐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여경이 범인을 피해 달아나면서 소리친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고, 유튜버들은 "양평 여경도 도망쳤다", "여경 논란", "여경 엄마 찾아 삼만리" 등 제목을 달아 영상과 사진을 퍼뜨렸다.


지난 4일 경기 양평군 한 길거리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동영상을 두고 일부 누리꾼, 유튜버들은 "여경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렸다.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4일 경기 양평군 한 길거리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동영상을 두고 일부 누리꾼, 유튜버들은 "여경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렸다.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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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현장에 출동한 여경은 '통제조'의 일원으로 흉기를 든 범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며, 영상에 나온 "엄마"라는 비명은 다른 시민이 낸 목소리가 섞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 "약자 집단에 대한 폭력, 차별 인지 못해 젠더 갈등 치열해져"


전문가는 젠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그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젠더 갈등이 치열하게 나타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난민, 외국인 등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집단에게 차별이 가해지면 더 큰 편견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나. 이처럼 차별과 폭력은 모든 집단에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이미 사회에서 주류 계층인 남성에게는 이런 피해가 미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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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편견이나 차별, 분노 등을 없애려면 인권 및 다양성 교육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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