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참사 재판…입찰 전 '철거견적 15억' 깎였다 "HDC현산 甲"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광주 붕괴참사' 재판에서 철거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사전 금액 협의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2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공사 관계자 7명에 대한 재판을 열고, 한솔기업 김모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관련 경위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해체공사 업체로 낙찰받기 전인 지난해 8월쯤 다원이앤씨 대표와 함께 HDC현산 도시정비팀 소속의 최모 매니저를 만나 철거 비용을 논의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자리에선 HDC현산 최 매니저의 요청에 따라 80~85억원 사이로 견적서를 제출했고, '평당 단가가 높다'는 취지의 의견을 들었다. 이후 금액을 계속 줄이다가, 최종 68억원 상당으로 견적서을 제출했다. 실제 도급은 50억원으로 체결했다.
김 대표는 '함께 자리한 다원 대표도 견적서를 제출했냐'는 검찰 질문에 "다른 회사여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입찰 담합 여부를 확인하려는 취지가 읽힌다.
이렇게 사전에 단가를 조정한 것도 모자라, 철거 업체에게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부당하게 부담시켰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검찰은 '한솔기업이 철거 업체 선정을 위한 '지명 경쟁 입찰' 방식에 참여했을 때 68억7000만 원의 견적서를 제시하면서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포함시킨 경위'를 물었다.
김 대표는 "저희는 항상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갑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원청인) HDC현산 측이 조건을 걸었다"고 답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외관상 HDC현산은 폐기물처리 업체인 현대환경개발와 직접 계약을 맺었지만, 한솔이 보증사로 들어가도록 했다.
이 의미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나중에 증가하더라도, 현대환경개발이 아닌 해체공사 계약을 따낸 한솔이 모두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철거 계약은 HDC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백솔건설 등으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
한솔과 다원의 이면계약 체결 배경에는 브로커 문흥식 씨가 주도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다원을 정리해주겠다고 제안한 문 씨에게 1억원을 지급했지만, 낙찰 후에 다원이랑 같이 하라고 해서 7대3으로 이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계약조건은 공사 수익금의 70%는 한솔, 30%는 다원이 갖기로 하고, 업무는 나누지 않고 함께 맡기로 했다.
두 업체는 철거 장소에 현장소장을 각각 배치했다.
이 중 다원 측 현장소장은 '이익금만 나누기로 하고 현장 업무를 맡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 대표는 "공동으로 철거를 하기로 했고, 한솔의 현장소장은 행정업무, 다원은 현장 총괄을 하기로 서로 얘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병합 재판의 피고인들은 재개발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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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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