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콘돔 먹고 죽은 도마뱀…'커플 관광객'에 위협받는 스페인 섬
유명 관광지서 '성관계 장소' 300여곳 발견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생태계가 환경 파괴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원흉은 다름 아닌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애정 행각을 즐기는 '커플 관광객'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환경 관리 저널'은 카나리아 제도 그란 카나리아 섬의 생태계 파괴 문제를 다룬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그란 카나리아 섬의 유명 관광지인 '마스팔로스 사구'에서는 무려 298개의 성관계 장소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 CNN은 "유명 관광지나 역사적인 장소가 쓰레기로 뒤덮였다"라며 "이젠 성관계를 하는 관광객들이 유럽 해변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논문을 집필한 과학자들은 그란 카나리아의 환경 오염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마스팔로마스 사구 지역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의 울창한 초목지대, 혹은 모래 언덕이 움푹 패인 곳에서는 성관계 장소가 발견됐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 안에서도 성관계 장소가 56곳이나 드러났다.
관광객들은 모래와 수풀을 제거하고 울타리를 쳐 자신들만의 '둥지'를 만드는가 하면, 담배·콘돔·화장지·물티슈·캔 등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그대로 떠나기도 했다. 심지어 모래 언덕을 화장실로 이용하기도 했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일수록 성관계 장소로 이용하는 빈도가 더 높았고, 이에 따라 쓰레기도 더 많이 발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관계자들은 인근에 쓰레기통을 설치했지만, 그럼에도 관광객들은 주변에 쓰레기를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데 있다.
논문 저자인 패트릭 헤스프는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얼핏 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관광객이 성관계 둥지를 만들기 위해 초목을 제거하고 길을 만들며 사구 지역을 훼손하는 게 문제"라며 "희귀 야생식물들이 없어지면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도마뱀의 경우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고 초목 주변에 숨어다녀야 하는데 식물이 사라져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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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동물들이 집어 먹는 경우도 있었다. 헤스프에 따르면, 해파리를 먹고 사는 토종 도마뱀은 성관계에 쓰인 뒤 버려진 콘돔을 먹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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